머리맡을 끈 한 채가 봉해진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알람은 손잡이로 붙인다
고단함이 빠져나오는 건
뒤척이는 내일이 있다는 것
못을 친 상자를 잠으로 오역한 소스라침은
끝내 눈물을 쏟는다
안색을 무기로 휘두르며
자라고 늙고 굽어지는
일생이 고작 상자에 맞춤하기 위한 것
베개와 주고받는 생각 몇 올이 헝클어지다가 끊어진다
적재함과 맞지 않아도 완벽한 뚜껑은 눈꺼풀
접힘과 폄 끝에 스르르 닫히고
영영 눈꺼풀을 열지 못한 이는
남아있는 잠을 깔고 반듯해진다
후텁지근한 꿈이 걷어찬 배앓이는 쌀쌀해 다시
네모를 잡아당겨도
눈치채지 못하게 몇 가닥 기억이 탈모된다
잠꼬대를 털어 개켜놓고
상자에서 상자로 옮겨가는 부스스한 상자들
소식은 손에서 손으로 부지런히 이동한다
- 최연수, 시 '옮겨가는 상자들'
상자에서 나와서 상자로 이동하고
다시 상자로 들어가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입니다.
네모 속에서 다시 네모 속으로 이어지는 일상이지만
마음만은 각지지 않게 둥근 하루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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