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겨울 동백꽃이
지난밤 하얀 눈 고깔을 쓰고 우쭐댄다
어젯밤은 저토록 백설의 면사포를
머리에 이고 누구에게 시집을 갔는가,
삼동의 추위에 얼마나 융숭한 관능의 지혜를 배웠을까
은근히 오기가 나서
오죽하면 눈발(雪)에 헤픈 가슴 열었느냐고 놀려대자
반짝이며 수줍음 타는 노란 꽃술
그때, 한 줌 둥근 웃음 만들어
스르륵 가슴을 만지며 넘어지는 눈덩이,
소한 추위 앞세워 시샘하는 칼바람이
동백꽃의 아랫도리를 후려친다
놀라 가로막는 만삭의 낮달이 더운 바람을 준비한다
바닷바람이 항해의 돛을 달고
작은 섬이 들썩거리며 분주한데
이 겨울에, 조매화(鳥媒花) 네 슬픈 이야기는
허리를 굽히고 들어도 젖가슴이 따스해 지는 것을,
동박새 울음에 통째로 떨어지는 꽃봉오리가 아뜩하다.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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