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나무들이 나무사이를 비껴가는
보이지 않는 바람에게 고마워하는 가장 큰 고백은,
오랜 세월 당신의 소리를 듣습니다, 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람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세상의 나무들이 한자리에 오래 살아남지 못합니다.
태양의 언어를 피부에 새기고 나이테를 그려가는
투명한 숲속의 바람은 새로운 평화입니다.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열정과
열매가 소담스럽게 익어가는 순리와
산새 소리 신비하게 들려주는 바람의 수고로움도,
동백꽃 통째로 지는 진실한 아픔의 소리도,
먼 강으로 흘러가는 산골 물의 즐거운 속삭임도
요술쟁이 바람의 곡예로 듣는 기쁨의 선물입니다.
사계의 변화를 데려와 생명 있는 모든 나무들에게
쉬지 않고 삶의 변화를 준비하라는 우주의 음악 소리,
오늘도 바람, 당신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습니다.
- 박종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