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의 걸음
초등학교 1학년 손자 놈이
종이 한 장을 바람 앞에 대자 빙글 거리며 하늘로 솟구친다
"어, 종이가 하늘을 걸어가네"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자락 바람의 상승효과를 알아차리는 것인가?
가벼운 사물의 순수를 향해
생명을 부여하는 언어의 경이로움,
그건 세상의 누군가에게 비약의 의미를 전하는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발버둥 치며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의 간극에서
종이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위하여
밟고 온 삶의 여백마다
구겨지지 않은 한 장 종이의 생명을 느낄 때까지,
더딘 인생의 걸음으로 뒤쳐진 나를
차곡히 채워주고 싶은 것이다
- 박종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