댑싸리 빗자루
풍경의 그늘로 아름다운 언덕 차지하고
옴싹 옴싹 자란 댑싸리,
푸른 말씀 듣고 촘촘히 박힌 화반
아쉬운 듯 부둥켜안고 피는 댑싸리 꽃,
아담한 녹색 그늘에 쉬어가는 하늘 구름
저거, 거꾸로 매달고 씨 받아 뿌린 지 엊그제인데
묵정밭 고루 퍼져 소담하게 열 지어 섰네.
초가을 바람 슴슴이 깃들어 선선하면
네 아랫도리 싹둑 베어 빗자루 만들었는데,
비워둔 지 수삼 년 먼지 낀 사랑채 건너
불면의 밤을 지나온 뜨락엔 개망초가 무성하고,
잡풀에 부대끼는 안마당 고루 다듬으려
댑사리, 너를 베어 만든 빗자루로 쓸어내면
경전처럼 퍼지는 고향의 흙냄새,
뽀얀 그리움의 안개 속으로
오래 살고 싶도록 잡아당기는 푸른 기운,
내 유년의 젊은 풍경이 달려오네.
- 박종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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