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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은 겸손한 지혜를 먹고 핀다

따시딸레!박상면 2015. 4. 2. 14:06

봄꽃은 겸손한 지혜를 먹고 핀다


산수유, 진달래, 벚꽃, 홍매화 등
봄 축제의 꽃들이 화장한 어른들 같다면
산길에 핀 복수초, 청노루귀, 흰노루귀, 변산 바람꽃은
해말간 민낯의 아이들 같다.

황금의 꽃, 황금 술잔으로 불리는 복수초는
햇빛을 받으면 황금색으로 활짝 피었다가도
날이 흐리거나 해가지면 꽃잎을 집삼아 발길 서두르는
'변산아씨'처럼 꽃잎을 닫는다.

청초하고 앙증맞은 변산 바람꽃은 여리지만
아름다움을 흩뜨리지 않는 멋스러움과 우아함이 있다.
들꽃 향기는 진한 향수가 아니라 은은한 향이다.
은은한 꽃은 앞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천천히 핀다.
천천히 피는 꽃은 늦된 꽃이 아니라 겸손한 꽃이다.
겸손한 꽃은 계절의 이치를 안다.
이치를 안다는 것은 항상 제자리에 반듯하게 있음이다.

봄을 전하는 들꽃들을 볼 때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한다.
참고 견디는 것은 나가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삼가고 존중하는 것이다.

들꽃 향기를 맡으며 봄꽃의 겸손한 지혜를 배운다.

- 김영학 님, '봄꽃은 겸손한 지혜를 먹고 핀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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