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도 표정이 있다
언제부턴가
다른 이의 등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저쪽의 얼굴에 비친 감정이
어렴풋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지하도계단을 내려가는 쓸쓸한 등을 보고난 뒤
며칠 동안 뒷모습이 눈에 밟혔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도 건널목을 다 건너와 뒤돌아보니
이미 그 자리를 떠난 줄 알았던 어머니가
나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손 한번 흔들고 돌아서서
조금 전보다 더 힘차게 걸었습니다.
당당한 채, 씩씩한 채,
어깨를 세우며 걸어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어머니도 안심하고 발걸음을 돌리실 거라고.
그런데, 그런데,
울컥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 최선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