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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라는 말

따시딸레!박상면 2015. 6. 5. 11:29

고요, 라는 말


한때 ‘고요’라는 말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난 눈초리도 마음의 동요도 없는 고요.
그러나 고요는, 고요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술렁임과 파랑을 동반했을까요.
울컥 뒤집힌 마음이 가라앉기까지
수없이 달래고 쓰다듬고 위무했을 고요.
떼를 쓰는 자신에게 엄포도 놓았다가 그래도 듣지 않으면
성을 내기도 했을 겁니다.
제 안의 시끄러운 소리들을 잠재우려고 애쓰다가
그것도 그만 지치고 허무해져서 스스로 소진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즈음 고요는,
손님처럼 반가운 듯 잠깐 다녀갈 때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줄곧 상주하는 고요는 수상쩍어서
바다처럼 한 번 씩 뒤집힌 다음에야 찾아오는 고요만이
가장 고요한지도 모릅니다.

메르스니, 뭐니 해서 시끄러운 요즈음입니다.
그러나 이 소요도 겪을 만큼 겪어야 잦아들겠지요.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스스로 다스리고 조심하면
다시 찾아올 고요입니다.


- 최선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