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들
"누가 끌고 가다 놓쳤을까, 저 그림자
중국 할머니의 전족처럼 삐걱거리는 꽃나무"
어느 시의 서두를 떠올리며
제 걸음을 놓친 삐걱거리는 나무에게 미안해집니다.
몸살기가 있다고 드러누웠다가
문득, 밖에 내놓은 화분 생각이 났습니다.
눈을 비비며 들여 놓았지만
나무는 이미 얼어서 끙끙 앓고 있습니다.
줄기는 시커멓고 잎은 떨어졌습니다.
결국 몸통만 남긴 채 전지를 했습니다.
좋은 글, 좋은 말은 잘하면서
말 못하는 것들 하나 간수 못한다며
삭막한 나무가 꾸짖고 있습니다.
겨우내 전족처럼 삐걱거릴 나무.
마침 텔레비전엔
굶주린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비치고 있습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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