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발을 씻겨주며
- 윤성완
대그늘 앞마당 길게 드리워도
먼지 한 톨 일지 않듯
밤하늘 달빛 깊은 숲 속 비추어도
잠자는 어린 나무 깨우지 않듯
당신은 소리없이 찾아온
나의 애틋한 사랑입니다
뽀얀 속살 희끗거리는 상처
앙상한 발목 아래 버팀같은 발가락
가장 낮은 곳에서 한사람을 우뚝 세워놓는 곳
꼿꼿하게 웃자란 허리를 낮추고
당신의 발을 씻겨줍니다
도드라진 정맥을 따라
눈물같은 시간이 흐르고
바위같이 굳은 뼈마디마다
빗물같은 사랑이 흐릅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하여
살아온 당신의 마음 송송송 배어나옵니다
한 번 쓰다듬는 손길
두 번 씻어내는 손길
못내 참았던 무심함과 미안함이
비눗방울 속 똑똑
눈물되어 하염없이 떨어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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