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캐고서
작년 10월 말에 심은 마늘을 6월말에야 캤다.
두 접을 심어 여덟 접을 캤으니 첫 수확 치곤 잘 되었다고
주위 분들이 힘을 북돋우신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체득한다.
한겨울 하얀 비닐로 덮어 3월까지 두었다 걷어내고
김매기도 수차례, 비료도 주고 잎마름병에 약도 뿌렸다.
10평의 밭에서 수확한 결실이 참 뿌듯하다.
큰 것 두 접은 가을에 심을 씨앗으로 두고,
작은 것은 묶지도 못하고 바로 까기로 했다.
반접을 까는데도 네 시간이 걸렸다.
손톱에 흙이 까맣게 끼고 엄지와 검지가 검게 변했다.
겨우 네 공기가 나왔다. 껍질은 수북한데.
아내와 두런두런 얘기하며 일하지 않았다면 오래하기 어려웠으리라.
새끼 손톱만한 마늘에 들인 정성이 아까워
악착같이 발라내는 내 손이 정말 고맙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당연한 진리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 이홍재 님, '마늘을 캐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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