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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핀

따시딸레!박상면 2016. 10. 14. 15:22


꽃들의 핀

결혼식이 잦은 건, 고정된 꽃들이 많기 때문이다
화관을 쓴 머리 뒤로 날아가는 부케
한철 꽃이 핀다는 건 수많은 핀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골치가 아플까, 꽃들은

칸나는 여름내 열이 끓고 저녁을 헛디딘 엉겅퀴 머릿속이 따갑다

결혼식을 마친 신부 머리에서 한 줌도 넘는 핀이 나왔다
유행은 한철을 넘기지 못해 풀풀 내려앉는 머리카락
핀이 빠진 계절이 어느새 시든다

서둘러 허공을 시침하며 나비들이 날아오고
무릎을 접고 앉아 헐렁한 머릿속을 파고들면 풀숲이 한 뼘쯤 자란다
쪼그려 앉은 시간이 머릿속에 다시 핀을 꽂아도
풀썩 주저앉는 나의 키

늘 남아있는 두통은 언제쯤 고정된 것일까
크기는 달라도 꽃들은 통증의 용량이 비슷하다

- 시, '꽃들의 핀'

*****


가을 숲이 헐렁하면서도 꽉 차있습니다.
풀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올림머리가 풀어지듯 꽃은 져도 숲은 한 뼘쯤 자라있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키가 줄지요. 탐스런 머리도 숱이 빠지고요.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느꼈던 통증도, 지는 통증에 비하면 기쁨일 겁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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