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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잠깐

골목, 잠깐 “무단 투기 단속 촬영 중입니다 적발 시엔 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들려오는 목소리,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음에도 그 앞을 지 나가는 것은 벌서는 기분이다 으슥한 곳의 키스는 짜릿하다 보이지 않는 곳의 오줌발은 개운하다 개의 영역처럼 골목은 냄새의 천국, 어김없이 무단으로 버려지는 손의 습성이 있다 단속이라는 말은 강제성이 있다 마이크 불며 쫓아다닌 호소의 말은 얕다 버리는 자 에게 ‘양심을 지키면 백만 원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금지보다 장려가 낫다 버리는 것과 거두는 것의 차이 잠깐, 해바라기가 보고 있다 - 김송포, 시 ‘골목, 잠깐’ 근처만 지나가도, 강아지가 냄새만 맡아도 들려오는 경계의 목소리. 무단 투기에 대한 엄포 같기도 하고, 죄..

천상 여자

천상 여자 텃밭에서 긴 생머리 추스르며 저녁상에 오를 상추 솎고 명절 상경길 피곤한 몸에도 운전대 잡은 나에게 말동무해 주고 박봉의 월급봉투 내밀어도 만 원짜리 숫자 세기보다 뭉친 어깨 주물러 주고 봉투에 풀칠해서 매운 마늘 껍질 까서 한 푼, 두 푼 모은 비상금 친구 만나 기죽지 말라며 건네는 손길 소주 몇 잔 걸치고 길거리 군고구마 봉투 보며 목이 매여왔습니다 미안해서, 바보 같아서 집 앞 골목으로 접어드니 십 년 전 사준 회색 스웨터를 입고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여인 한 올의 실바람도 함께 맞아줍니다 - 최인구 님

집단 귀촌

집단 귀촌 지금 농촌의 구성원은 거의 대부분이 노인 계층이다. 10년 정도 지나 이분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게 되면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도시와 농촌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서로 간 상생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 또한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농촌의 공동화를 막는 동시에 활력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집단 귀촌을 통한 도농 상생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 중에서 세계의 중심은 이제 마을입니다. 마을이 나라를 구하고 나아가서는 세계를 구합니다.

철새

철새 다시 찾아온 두루미 가족이 동검도 갯벌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게 구멍을 들락거리는 칠게와 꿈틀거리는 갯지렁이와 함께 한 번씩 빨간댕기머리로 지는 해를 휘감으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바다의 감각을 온몸으로 저장하며 언 발자국마다 노을빛을 찍고 간다 - 한연순, 시 '철새' 살기 위해 찾아오거나 찾아가는 철새들. 그들의 생존전략을 보면 눈물겹기도 합니다. 순리에 따르면서, 질서를 따르면서 옮겨가거나 옮겨오는 방식. 이해타산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는 사람들의 행동과는 다릅니다.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동식물의 섭리에 사람을 함부로 비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향기의 전파

향기의 전파 사색의향기는 삶의 향기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전파할 것인지가 가치 기준이다. 따라서 삶의 향기를 만들고 전파하는 분들이 가장 대접받는 단체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할 것이다. 타인의 인생에서 풍겨오는 향기는 우리에게 힐링의 기회를 준다. 이것이 회원 서로 간의 존중과 배려를 통해 이타심을 키우게 하고 나아가서 사색의향기가 추구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중에서

고갯마루

고갯마루 고갯마루에서 보니 빗방울들이 어깨를 맞대고 온 땅을 적시고 있다 함께 떨어지는 빗방울이라야 대지를 적실 수 있지 저 혼자 떨어지는 빗방울은 대지를 적실 수 없다. 나는 혼자 잘 난 척하면서 정작 함께 해야 하는 일에는 조금도 협조를 하지 않았다. 얼굴에 끊임없이 부딪치고 있는 빗물을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오이꽃처럼 예쁜 세상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만들 수 있다. - 송성헌 님

문화 가치의 중요성

문화 가치의 중요성 하나의 사회가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 문화가 필수적이다. 문화는 사회집단의 유지 존속, 안정성 증진의 바탕이며 사회통합의 고리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 구성원들에게는 만족감, 삶의 질 향상, 감동을 통해 심리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 중에서 문화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색의향기는 문화나눔을 통해 문화 가치를 증진시키고 있습니다.

스밈에 대하여

스밈에 대하여 자주 걷는 길 한쪽의 갈대숲. 그 자그마한 숲으로 작은 새들이 거리낌 없이 들락거린다. 갈대와 새가 서로를 내어주고 있다. 통통 살이 오른 그 새를 ‘갈대새’라 부르기로 했다. 새들이 갈댓잎에 앉아 바람과 시소를 즐기면 갈대는 좋다고 몸을 떤다. 그런 갈대를 보면서 새들은 더욱 힘차게 발을 구른다. 갈대새의 디딤에 있는 대로 몸을 휘는 갈대, 새들이 자리를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매무새를 고친다. 갈대숲에 새가 든 것이라기보다는 심심한 갈대가 새들을 불러들여 무료함을 달래는 것 같다. - 최연수, 짧은 산문 ‘스밈에 대하여’ 중에서 마음 한자리 내어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새처럼 날아왔다가 어느덧 날아간 자리가 빈 둥지 같을 때가 있습니다. 영원하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관계. 그렇다고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