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누리장나무 꽃

누리장나무 꽃 누리장나무 꽃 : 마편초과의 잎지는 넓은잎 작은키나무로 키 2m 정도로 곧게 자란다. 꽃은 8~9월에 새로 난 가지 끝에 붉은 흰색 꽃이 핀다. 누릿한 장 냄새가 남다고 하여 누리장나무라 하며 지방에 따라선 개똥나무, 구린내나무라고도 한다. ​ 누리장나무 꽃 새해 받은 수많은 SNS 연하장 속에 들어 있던 누리장나무 꽃 녹음 짙은 늦은 여름에 피어나 가을에 청보석 같은 열매를 내어다는 누리장나무 꽃 구린내 난다고 개똥나무로 불려도 약효만큼은 뛰어난 누리장 나무 꽃을 연하장에 끼워 보낸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는 저녁 키를 낮춘 하늘에선 눈이 올 것만 같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뿌리

뿌리 내 몸 어디를 만져봐도 뿌리가 없다 아니다 내 몸은 뿌리로 엉켜있다 틈새마다 촉수를 뻗어 나를 간섭하는 뿌리, 버팀목을 자처하며 내 밑동이 되려 하는 뿌리, 나는 뿌리의 눈물과 함께 잠들고 뿌리의 뜻에 반反하여 깨어난다 뿌리를 캐낼 수 있는 칼은 지상에 없다 내가 지평을 넓히지 못하는 것은 뿌리를 무시하기 때문, 뿌리를 외면하는 심장은 가뭄을 탄다 ​뿌리는 뿌리로부터 오고 뿌리로 이어져 간다 뿌리의 실핏줄, 뿌리의 동맥 끝에서 소리 없이 꽃들이 피고 졌다 뿌리 속에 뿌리가 있고 뿌리 바깥에도 뿌리가 있다 갖가지 잎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그 근본은 깊고도 질기다 내가 가꾼 숲이 실은 아득한 근원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사실, 나를 지탱하는 줄기도 뿌리의 푸른 물길임을 알겠다 꽃이며 물관이며 동시에 ..

갈퀴나물 꽃

갈퀴나물 꽃 갈퀴나물 :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넝쿨식물로 전국의 들에서 자라며 햇볕이 잘 드는 곳의 경사지 비옥한 곳에서 자란다. 6~8월에 보랏빛 꽃이 핀다. ​ 갈퀴나물 꽃 겨울 천변에서 떠나는 새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다가 갈퀴나물 넝쿨에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였다 새들 날아간 자리 흔적 없듯 또 한 해가 속절 없이 저무는데 갈퀴나물 마른 넝쿨이 지난 여름 꽃의 기억을 일깨운다 나의 삼백 예순 날 속에도 무수한 꽃들이 들어 있다 생각하면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둥그런 세상

둥그런 세상 하늘에서 전송된 눈 말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툰드라에서 날아온 언어들로 작은 방 틈새, 나무마다 희디흰 기호들로 채색된다 참새들의 소리에 사각사각 첫눈은 내려 아이들은 아우성으로 마당에 발자국을 찍는다 나는 어둠의 뒤편에서 새벽을 인화하며 소리가 삭제된 메일함을 쓸어 담는다 - 이용주, 시 ‘둥그런 세상’ 희디흰 기호들로 채색된 12월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걸어온 올해를 되돌아보면, 거기 사각사각 첫눈 밟던 소리 같은 기쁨들이 있을까요. 비록 후회를 남긴 일들이었어도 둥그런 세상처럼 둥그런 마음으로 다시 새날을 기대해봅니다.

기회를 만드는 것

기회를 만드는 것 기회는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 크리스 그로서 무엇이 기회였는지, 그때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짚어지지 않습니다. 분명 내게도 좋은 기회가 왔었는데 그걸 인지하지 못했거나 놓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기회는, 기다리거나 안간힘 쓰기보다는 최선을 다함으로써 잡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지도 않고, 느낌도 빠르지 않은 보통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 그것이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첫눈 오는 12월

첫눈 오는 12월 낙엽과 함께 떠나버린 빈자리에 하얀눈이 쌓여가고 상처 자국처럼 남은 흔적들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계절 함께 했던 기억이 가시처럼 찔린 상처가 낙엽을 쓸고 오는 눈바람에 아픔만 더 깊어가네 아름답던 긴 계절의 사연들이 눈바람에 흩어지는 12월 반복되는 기다림은 다시 돌아올 봄을 위해 바보처럼 시간을 접고 있네 - 박동수 님

제비꽃

제비꽃 제비꽃 : 제비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에서 자란다. 키는 10~18㎝이며, 잎은 난형 심장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표면은 윤기가 있다. 꽃은 4~6월에 보라색으로 피는데 줄기 끝의 두터운 잎 사이로 2~3송이가 달린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쓰인다. ​ 제비꽃 초겨울 들판에서 보랏빛 제비꽃과 마주쳤다 제비꽃은 봄에 피는 꽃인 줄만 알았던 나의 무식을 여지없이 들킨 순간이었다 꽃 한 송이 아는 데에도 평생이 모자란다 하던 어느 숲해설가의 말이 뒤통수를 치고 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