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참빗살나무

참빗살나무 참빗살나무 : 노박덩굴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5~6월 연한 녹색 꽃을 3~12개씩 지난해 나온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취산 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암수딴그루의 단성화이며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이며 꽃밥은 흑자색이다. 열매는 10월에 분홍색으로 익고 열매가 다 익으면 4개로 갈라지며 분홍색 껍질에 쌓인 빨간 씨가 나온다. 머리 빗는 참빗의 살을 만드는데 이 나무를 써서 ‘참빗살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說)이 있다 참빗살나무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게 꽃이라지만 꽃보다 고운 열매도 있다는 걸 늦가을 산길에서 참빗살나무 분홍열매를 보고 뒤늦게 깨닫는다 지난 봄 꽃 필 때엔 오월의 신록에 가려 꽃피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자신도 뜨겁게 살았다는 듯 저리 곱고 부신 열매를 내어 달다니! ​ 글..

내 마음속의 풍경

내 마음속의 풍경 그때 3층 층계참으로 올라갔을 때 내 앞에 펼쳐졌던 광경, 침실마다 문이 살짝 열려 있고 오렌지색 석양 광선이 복도의 어스름을 깨던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남아있는 나날’ 중에서 잊지 못할 기억을 추억이라 부른다면, 추억의 풍경이 가슴 저 안쪽에 남아있지요. 사소하지만, 순간적으로 마음에 쑥 헤집고 들어온 광경. 고이 접어둔 한 페이지 같아서, 접어두었다가 무의식중에 펼쳐보는 기억이기도 합니다.

그리움을 탐한다

그리움을 탐한다 수십 번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거쳐 맞이한 한 해, 한 송이 붉은 동백꽃처럼 이별 길에 얼룩진 첫 얼굴이 눈에 밟힌다 소멸을 되뇌이며 지켜온 시간 지난날 어두운 감정으로 미워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며 버리고 온 아까운 것들은 없었는지, 봄과 여름의 기억을 품은 뜨락에 새벽 눈발은 창밖 유리창을 비벼대고 따스한 마음 한 움큼 품으며 달려오는 환희의 새봄은 아직도 망설이는데, 어려운 시간들을 붙잡고 생각의 결들이 고요해지는 순간에 한해의 긴 터널을 슬기롭게 빠져나갈 궁리에서, 삶을 선물로 당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가슴에 새겨지는 지나간 그리움을 탐한다. - 박종영 님

장미

장미 장미 :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서아시아 원산의 관목성 화목으로 북반구에 널리 분포하며 세계적으로 100여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원예종은 현재 6~7천여 종이며 매년 300여종 이상의 새 품종이 개방되고 있다. 장미 ​늦은 밤 찬바람 매운 버스 정류장에서 장미꽃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을 보았다 가슴에 품은 장미보다 찬바람에 언 뺨이 더 붉은 여인은 버스가 멈출 때마다 한걸음 다가서다가 물러 서길 되풀이해도 기다리는 이는 좀처럼 오지 않고 꽃도 얼고 사람도 얼어 발을 동동 구를 즈음 이윽고 한 사내가 내리고 얼었던 여인의 얼굴이 장미꽃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장미꽃을 받아 든 사내의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의 발걸음이 사뿐했다. 나도 장미꽃 한 아름 안고 누군가를 기다..

아는 것과 알려고 하는 것

아는 것과 알려고 하는 것 하나의 단계를 거치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이해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처리하고 살아가고 행동하고 움직이고 새로운 단계마다 새로운 요구사항을 완수해 나간다. - 임레 케르테스, 소설 '운명' 중에서 쉽게 이해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애쓰고 찾아보는 자세가 이해를 쉽게 돕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쉽게 아는 것과 부단한 열정으로 알려고 하는 것의 복합.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갯까치수염

갯까치수염 갯까치수염 : 앵초과의 두해살이풀로 주로 바닷가에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밑에서 가지를 치며 키는 10cm~40cm 정도로 큰다. 7~8월에 흰색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려 핀다. ​ 갯까치수염 한겨울 난대식물원에서 여름에 피는 갯까치수염을 본다 꽃 필 때도 모르는 철부지꽃이라고 혀를 끌끌 차다가 갯까치수염이 철 모르는 게 아니라 온실 안의 따뜻한 공기가 여름이라 착각하게 한 것은 아닌지 생각을 궁글리다가 삶의 겨울 들머리에 선 나를 돌아보며 생각한다​ 나로 하여금 철을 잊고 맘껏 꽃 피우게 할 햇살 같은 그런 사람 어디 없는가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새로 나온 햇살이어서 좋다

새로 나온 햇살이어서 좋다 통보 없이도 가버린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다가올 햇살과 빠른 걸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데상브르 거리 위에 서 있는 나는 두고 온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몇 번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거쳐온 버스 차창 밖으로 하얀 눈은 흩날리고 누군가의 좌석 밑 장갑 한 짝을 바라보며 버리고 온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잘 들어갔냐고 아무도 묻지 않는 밤 모든 것을 알고도 조용히 덮어버리는 흰 눈 원래부터 따뜻한 장갑 속에 있던 것처럼 나는 하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성에 낀 창에 들어 있는 새벽 애써 물 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한 송이 붉은 꽃 같은 첫 햇살 창을 열어도 도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김소희, 시 '새로 나온 햇살이어서 좋다' 어제 든 햇살과 조금은 달랐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