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너도바람꽃속의 여러해살이풀로 변산바람꽃의 신종으로 알려졌다가 2011년풍도바람꽃의 명명된 풍도에만 서식하는 특산식물이다. 꽃말은 덧없는 사랑 비밀스런 사랑. 기다림이다 ​ 풍도바람꽃 ​서해의 외로운 섬에 숨어 피어도 제일 먼저 봄소식 전하는 풍도바람꽂 ​나도 그대라는 외딴 섬에 바람꽃 되어 눈부신 봄을 전하고 싶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시작은 이렇지

시작은 이렇지 강아지는 강아지는 강아지. 그 강아지는 아마도 바구니 안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있겠지. 그러다 조금 자라면 순수한 갈망 덩어리가 되는 거야. 그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다 누군가 그 강아지를 안아 들며 말해. “이 아이 데려가고 싶어.” - 메리 올리버, 시집 '개를 위한 노래' 중 '시작은 이렇지' 그렇게 데려온 강아지가 십오 년을 함께 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품에 안겨 떠난 반려견. 많은 시간이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아서, 또한 행복했다고 말하렵니다. 반려, 친구로서.

봄날의 기억

봄날의 기억 날씨 풀리니 두 보살, 명부석 계단에 나란히 앉아 실패처럼 돌아가는 세월 한 어귀 다듬고 있는 봄날, 산수유는 노란 무늬 곱게 풀어내며 흐뭇하게 피어나는데, 이끼낀 천년의 부도(浮屠)가 산의 적막에 물드는 동안 법당 쓸다 빗자루 기대어 졸고 있는 동자승, 염화시중 (拈華示衆) 부처의 이름으로 자비로운 빛이 천년의 세월을 열다. - 박종영 님

금강송

금강송 금강송 : 우리 고유 수종의 소나무로 백두대간을 따라 서식 분포한다. 속이 붉고 목질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재로 쓰이고 있다. 150~200년 정도 자라면 붉은 심재가 수피까지 넓게 확산된다. 송진의 축적인 심재가 넓다는 의미는 끈끈한 송진이 강하게 뭉쳐 그만큼 나무가 강직하다는 걸 말한다. 반면 불에는 치명적이어서 한 번 불이 붙으면 다 탈때까지 탄다. ​ 금강송 대형산불로 울진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가 위험에 처했다는 뉴스를 보고 공연히 가슴이 저릿하다 수백 년 이 땅을 지키며 눈비를 맞으면서도 푸른 빛을 잃지 않던 우리나라 으뜸 소나무인 금강송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데엔 수백 년이 걸리지만 그 숲이 불길로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부디 자나깨나 불조심! ​ 글.사진 -..

아버지의 백과사전

아버지의 백과사전 동성상회 쌀집 우리 아버지 치부책에 외상값 올릴 때는 외상값뿐만 아니라 손님과 주고받은 말의 핵심도 적습니다 빛바랜 사족의 글귀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싶어도 외상값 시비가 생기면 녹음기 같은 깨알 기록으로 거뜬히 해결하시던 그 노하우 당장 생각날 것 같아도 세월 지나면 오래된 필름의 스크래치처럼 흠집이 나는 기억들 생전의 아버지보다 세 살은 더 많은 내가 이제야 그 한 수를 배웁니다 - 박봉준, 시 '아버지의 백과사전' 그때는 왜 알 수 없었을까요. 이제야 펼쳐보는 그리움의 사전엔 오래된 지혜가 빼곡합니다. 귀와 가슴에 메아리치는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얼마만큼 책을 가까이하는가

얼마만큼 책을 가까이하는가 어떤 책이 좋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얼마나 강한 펀치를 당신에게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 - 플로베르 긴 글이 안 읽힌다고 합니다. 짧은 글에서 가장 효율적인 인상과 명문장을 찾으려고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고, 다양한 흥밋거리가 있는 것도 한몫합니다. 중요한 것은, 길든 짧든 내가 얼마만큼 책을 가까이하는가입니다.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아무거나였다가

어느 날은 아무거나였다가 층층 간절함이다 발끝을 세워 하나의 기원이 되기도 하는 탑 자발없이 틈만 보이는 허물의 한때 같다 무너지다 깨금발로 허공을 딛고 올라서는 여기가 마음속 적멸보궁이라는 건지 눈보시도 적선이라는 건지 너덜돌 몇 개 괸 소란이 바깥의 욕심 같아서 돌에게 미안했다 틈 하나 두어 소란한 침묵을 들이고 싶은데 돌을 잊고 탑의 귀마저 버리면 그냥 풍경인데 허투루 여긴 아무거나를 슬몃 괴어놓았다 낮음에 이를 때까지 - 박위훈, 시 '어느 날은 아무거나였다가' 여럿의 손길이 닿은 것도 같고, 그냥 하나의 손길인 것도 같은 돌탑. 남이 얹은 돌에 슬쩍 올린 돌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흐름 같다가도, 어느 날은 누군가의 간절함 같기도 합니다. 허물면 풍경이 보이고 고이면 간절함이 되는 걸까요. 아무것도..

무스카리

무스카리 무스카리 : 백합과에 속하는 구근 식물로 잎은 부추처럼 생겼고 4~5개가 나와 중간부분에서 아래로 늘어진다. 꽃은 4~5월에 연보라색의 총상화서로 큰 원추형을 이룬다. 윗부분은 생식력이 없는 꽃과 아랫부분은 생식력이 있는 꽃이 밀집해서 핀다. ​ 무스카리​ 집안에 봄을 들일까 싶어 화원을 찾았을 때 문밖에서 꽃샘바람 맞으면서도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던 무스카리 꽃​ 너른 온실 가득 화려한 꽃들 다 제쳐두고 무스카리 화분을 사 들고 돌아온 것은 첫 눈맞춤한 그 꽃이 자꾸만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내 삶 속에도 무스카리처럼 눈에 밟히는 사람이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