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92

처녀치마

처녀치마 처녀치마 :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0~30㎝이고, 잎은 6~20㎝이고 둥글게 퍼지며 윤기가 난다. 통꽃 하나가 처녀들의 미니스커트를 닮은 듯도 하고, 사방으로 퍼진 잎이 처녀의 치마와 흡사하여 처녀치마란 이름을 얻었다. 꽃은 연보라색으로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가 뭉쳐 달린다. 꽃샘 추위가 물러갈 즈음,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올라오며 봄을 알린다. ​ 처녀치마 천마산 올랐다 내려오는 길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고 돌아서다가 아,나는 보았네 바위 절벽 위 함초롬히 피어 있던 처녀치마 너를 보려고 그 험한 산 허위허위 넘어왔구나 반가운 마음에 다가서다가 연자색 그 고운 빛에 홀릴까 두려워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퍼즐 맞추기

퍼즐 맞추기 누가 먼저랄 것 없는 손깍지에 서운했던 스무 해가 접혔다 붉을 대로 붉은 칸나는 출가를 했고 만두를 빚던 앵무새는 적(籍)을 옮겼대 그래, 그랬구나 연꽃은 오늘도 진흙 속에 피었어 세모네모 분홍노랑 꽃, 꽃, 꽃들 모두 꽃의 유전자 발붙일 땅 어디서든 궁리대로 정 붙이며 사는구나 꼽을 손가락이 모자라 그리운 얼굴들 펄럭이던 웃음이 선명해진다 비었던 계절 하나가 완성되었다 - 유진, 시 '퍼즐 맞추기' 궁리대로 정 붙이며 사는 일상이지만 가끔 토라지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오래갈수록 마음은 더 허전합니다. 멀어졌던 사람과 다시 화해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 그것은 내가 먼저 손을 내밀 때 빨리 옵니다.

배꽃과 친구

배꽃과 친구 허허한 봄 밤 창가에 어른 거리는 하얀 꽃빛이 누구일까 헤이는 동안 쓸쓸한 웃음 띄우며 다가오는 너의 모습 또 내가 꿈을 꾸는가 보다 달빛보다 더 밝다고 나무 밑에 앉아 배꽃 향기에 취해 밤을 세우던 넌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불어오는 봄 바람에 꽃잎이 날리고 있다네 애틋하게 부르짓던 너의 사랑의 긴 사연은 배꽃 잎에 묻어 날리고 있는데 너는 이 봄 밤을 어느 배꽃밑에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는가 먼먼 그리운 친구여! - 박동수 님

침을 허락하다

침을 허락하다 맞벌이에 시달리다 40 중반을 넘긴 줄 모르는 집사람과 나란히 팔다리에 침을 맞는다 하기야 바쁘게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 승용차도 5천 킬로 넘으면 오일을 교환하고 사람도 마흔이 넘으면 철이 들지 않던가 이젠 내 몸에도 침을 꽂아 잠자고 있는 내 몸의 치유 능력을 깨우고 싶은 것이다 간호사가 집사람의 침을 빼는 것을 보고 슬쩍 발동하는 장난기 보세요 이 사람 찔러야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에요 내가 이런 사람과 20년을 넘게 살았다고 했더니 웃는 간호사 뒤로 여섯 번째 뺀 오른쪽 새끼발가락 사이에서 나오는 저 붉은 선혈 아! 그래 당신도 사람이었구나 애들도 남들의 두 배를 낳고 1인 3역을 해내던 강한 당신도 붉고 따뜻한 피를 소유한 사람이었구나 내 몸에 꽂힌 침을 몸으로 밀어내는..

지금의 나보다 잘하려고

지금의 나보다 잘하려고 남들보다 잘하려고 고민하지 말라. 지금의 나보다 잘하려고 애쓰는 게 중요하다. - 윌리엄 포크너 남들보다 잘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잘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부터, 내 단점부터 차분히 고치면서 가면 그것이 좋은 습관, 장점으로 나를 더욱 발전시켜 남들과 나란히, 혹은 앞서갈 수도 있습니다. 타인과의 비교보다 나를 먼저 다듬는 게 중요합니다.

문화나눔의 가치

문화나눔의 가치 황금만능주의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사람들은 그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크기로 자신들의 존재 가치가 결정된다고 착각을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치까지도 그 사람의 수입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사고 난 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돈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은 아니며 남에게 베푸는 일 없이 오직 절약하면서 돈만 모은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은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다.” 라고 그 가치를 높여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돈이 중요하다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명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돈 이외의 어떤 것, 즉 돈의 가치가 적용되지 않는 비(非)물질적인 것으로부터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나눔으로써 ..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 :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반그늘이나 양지에서 토양의 비옥도와 상관없이 잘 자라고 번식력이 강하다. 노란색의 꽃은 3~9월까지 피며 씨앗은 흰 깃털이 달려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퍼진다. ​ 민들레 ​눈길 닿는 곳마다 터져 오르는 꽃폭죽에 정신 차릴 수 없을 때 행여 허방 짚을세라 발 밑에서 경고등처럼 노란 불을 켜는 민들레 역마의 바람이 나를 흔들 때마다 조용히 나를 잡아주던 당신처럼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황홀한 노동

황홀한 노동 몸뚱이를 금쪽같이 아껴가며 신통치 않은 머리만 굴리며 삶의 대부분을 소비하는데 이골이 난 터에, 가까이에서 접한 그들의 정직한 노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침내 나는 잔머리 굴리지 않고 몸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경의(敬意)를 보탠, 진한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일주일 간 속도전으로 일을 끝낸 그들은 장비를 챙겨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그들의 빠르고 야무진 일솜씨 덕에 위태위태하던 헌 집은 산뜻한 새집으로 거듭났다. 이제 마당은 이전의 고요를 찾았고 나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 송혜영, 수필 '황홀한 노동' 중에서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머리로만 일이 되는 줄 날지만, 경험과 육체노동으로 이루어진 일들이 허다합니다. 값진 노동으로 얻는 땀의 가치를 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