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이 우는데
건너편 산으로 새 한 마리가
돌멩이처럼 날아가 박힙니다
산이 움찔합니다
온몸으로 날아가는 것들은 왠지 아픕니다
온몸으로 달려드는 빗방울에
운동장도 퍽,퍽, 구겨집니다
오래전 저렇게 구겨진 적이 있습니다
퍽,퍽,퍽, 담벼락을 쥐어박으며
소낙비처럼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병신같이 병신같이,
울기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주인은 얼마나 놀랐을까요
담벼락은 얼마나 우스웠을까요
여물지 않은 주먹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요
나는 얼마나 쪽팔렸을까요
비가 옵니다
이젠 쥐어박을 담벼락도 없는데
주먹도 없는데 주먹으로 훔칠 눈물도 없는데
온몸으로 날아가서 죽을 새도 없는데
- 김남호, 시 '주먹이 우는데' 부분
"주먹이 운다."
한 방 올려치고 싶은 얄미움에게 맘처럼 하지 못할 때,
그런 때 있지 않으신지요.
공연히 보이는 물건에 화풀이를 해댔던
그런 울분마저 없다면, 내가 믿는 정의도 무용지물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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