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뻗는 자벌레
한껏 끌어당겼다가 까짓것 밀며가는 자벌레
초록에서 초록으로 옮아가는 초록 자벌레
지하철 칸과 칸 사이 신도림역과 대림역 사이
떠도는 이런저런 궁리 밖으로 떠도는
늘 그곳, 낡고 낡은 강 같은 평화
남자가 긋는 한 획
배웅하는 체온 한 켤레, 뭉근한
- 홍경나, 시 '이음줄'
섬세하고 따스한 시선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의 이음줄입니다.
담장을 보드랍게 접었다가 펼치는 길고양이의 줄무늬와
작은 자벌레가 보여주는 보일까 말까한 줄.
지하도를 밀고 가는 이음줄 같은 사람도 있지요.
그 한 획은 최선을 다하는 동작.
그래서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