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
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
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
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
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
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보면
눈물로 지은 집 한 채가 부서졌고,
눈물도 거짓으로 흘릴 때가 많다고 생각했다.
내가 누운 집이 두꺼비 집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깊다는 생각은 그만 두기로 했다.
물은 엎드려 흐르는 것인데
내가 지은 집은 굽이 높았다.
- 문정영, 시 '수곽(水廓)'
풀어놓아 흘러가게 두는 것이 순리라지만,
살면서 가두고 묶어두는 것들이 많지요.
고여 있다가 흐려지거나 썩어가는 것들.
내 안의 생각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지만
때로 나만의 틀에 가두어서 고집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없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