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를 막 돌아온 모퉁이가
기별을 들고 달려왔다
바스락, 손끝이 피고
고작 손발 묶인 이름 하나를 멘 사람들이 상자에 묶인 채
연신 땀을 흘렸다
울음으로 피어 낯익은 울음의 배웅을 받은
비좁은 잠 뒤로
연기 한 가닥마저 하얀 허벅지를 다 걷어 올리면
화르르 소진된 빛깔
뼈를 맞추듯
울고 난 뒤의 눈자위를 닮은
매캐한 생각들을 뭉쳤다가 펼쳐 들여다보면
쉽사리 빠지지 않는 지문이 있었다
꽃은 한 장 바스러짐, 땅에서 피어난 것들은 스스로 저를 풀지만
샛길조차 만들지 못한 그는 어디쯤에서 풀렸나
접힌 이름을 푸는 것은 마음 밖의 일이다
며칠을 울어 얼룩진 관계는
먼 북쪽에서 풀린다
- 최연수, 시 '풀린 꽃'
태어남은 꽃을 짓는 일, 떠나감은 꽃이 풀리는 일 같습니다.
어려서 상여를 본 적 있습니다. 거기에 달린 종이꽃처럼 일생은
환하게 피었다가 스러지는 송이 같습니다.
화사하게 밝히다가 스스로 지는 꽃이지만, 이름은 명예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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