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를 배달하는 바람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붉은 우체통만 제 자리에 혼자 남아
햇살에 바싹 구워지는
길모퉁이
언약들이 빠져나온 푸른 약속
골목에서 흩어진다
나무가 잎의 빛깔을 바꿔 달며 왼쪽 귀가 찢어지고 뻘쭘,
키만 자라는 동안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서랍 속 창백한
외로움이 쏟아졌다
마른 나무가 되어가는 등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
짧은 문자를 전송하고 무심한 쪽으로 잎이 넓어지는 것
이름을 잊고 엄마가 되는 것
당신을 잊은 듯 눈 마주쳐도
행인의 눈빛처럼 초연한 시선으로 수명을 다한
몸빛은 희다
자작나무 키 높이로 꼿꼿이 서 있는 것은
나무의 성장을 지켜본
새들의 애환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서로의 가슴에서 열 번 죽어 별이 되었다는 증거
사선을 긋는 별똥별은 당신에게 보내는 텔레파시
제 몸을 찢어 별빛을 쏟아내는 별들이
혈서를 밀봉한다
- 양현주, 시 '자작나무 통신'
손편지를 배달하는 바람. 손편지를 이렇게라도 받아보네요.
자작나무 통신. 희고 선들하고 반가운 통신입니다.
좋은 소식으로 산뜻한 하루를 시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