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급소는 뿔에 있다.
감때사나운 부사리의 뿔을 각목으로 내려치면 이내 직수굿해진다.
각목 하나로 커다란 덩치를 다룰 수 있다. 이후
각목만 보면, 각목을 들었던 사람만 보면 기를 꺾는 소의 기억은
뿔에 있다. 밖으로 드러내놓고 살아가는 소의 기억은 후천성.
뿔이 난 후에야 송아지는 자신이 소임을 알게 된다.
뿔의 정체는 두려움, 두려움을 먹고 살이 찌고
우직한 힘을 잠재울 줄 아는 두려움이 연한 풀이나 뜯는 족속을 보전해 왔다.
뿔과 뿔을 맞대고 뿔뿔이 다툴 때
막가파처럼 뿔을 밀고 달려들 때가 더 슬픈
자기독재자여, 그러나 뿔이 없는 건 우공牛公이 아니다.
- 김유석, 시 '개뿔'
“자존심만 있어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지요.
그러나 그 자존심마저 없다면, 나의 존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뿔과 뿔을 맞대고 뿔뿔이 싸우는 경우도 있고
가끔 뿔이 나서 화를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만의 뿔, 자존심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