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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침묵

따시딸레!박상면 2020. 5. 27. 14:47

소라의 침묵




문어가 소라의 살을 모두 먹었을 때
소라의 몸에선 파도 소리가 났다.

껍데기 타고 든 바람 속에서
바다의 소리는 허공에 핀 노래.

싱싱했던 소금기와
국화꽃 지고

소라는 동심원을 열고
별 속으로 껍데기를 풀어

해변을 오가는 조약돌 사이에서
알알이 깨어졌다.

소라가 해안선에 묻힌 날
꽃이 내려왔다.

육각의 셀 수 없는
눈꽃.

빈, 소라가 껍데기를 벗고
고요와 만나는 겨울이었다.


- 최동문, 시 '소라의 침묵'


나를 비우고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
비로소 내가 보이는 시간입니다.
소란 속에서는 볼 수 없는 소리, 결코 들을 수 없는 소리.
가끔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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