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다 간 뒤에야
언제부턴가 짝의 18번 노래가
'봄날은 간다'가 되어버렸습니다.
늦은 밤 홀로 읊조리는 그 노래가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청승맞아보여서
왜 하필 그 곡이냐고 물었습니다.
요즘 절절히 와 닿는다고 하네요.
가족을 주제로 한 어느 영화에서
시한부 생을 살고 있는 딸과 친정엄마가
병상에서 함께 부르던 노래도 그것이었습니다.
서로 따지고 투덜거리던 가족.
정말 한 울타리에서 사는 식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미워하다가도
아프거나 슬픈 일에는 한곳으로 마음이 모여드는 것이
가족이었습니다.
오늘도 신경질을 부리고 나간 자녀도 있을 테고
내 속을 긁는 얄미운 남편이나 아내도 있을 테고
힘듦을 몰라주시는 부모님도 계실 테지요.
그러나 그들은 나의 울타리, 나의 가족.
봄날이 다 간 뒤에야 그 소중한 의미를 깨닫는 가족입니다.
- 최선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