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읽는 법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가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 박지웅, 시 '나비를 읽는 법' 중에서 -
꽃이 꽃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
나비를 불러들일까요.
예쁜 여학생에게 보내는 남학생의 편지를
동네 꼬마가 대신하듯.
나풀나풀 전한 나비의 문장이
허공을 기록한 단 한 줄이어도
꽃은 그 속에 숨은 감정을 다 헤아릴 겁니다.
시끄러움에만 익숙한 사람만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숨은 문장을 읽지 못할 뿐이지요.
표정만 살펴도 알 수 있는 것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흘려버리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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