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배수구가 없는 화분

따시딸레!박상면 2015. 8. 25. 07:41

배수구가 없는 화분

아들이 분수처럼 잎이 퍼진 화분 하나를 사 들고 왔다.
그런데 그 야자수 같은 화분은 밑에 구멍이 없었다.
물이 빠질 출구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중략)

배수구가 없는 화분.
가만 바라보자니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닭장 같은 아파트, 이곳에서의 생활을 위해 구멍마저 없애다니.
애완견들은 성대수술을 받고,
화분들은 죄다 받침인지 방석인지를 깔고 숨죽인 채 앉아 있다.

- 박경주, 수필 '사해' 중에서 -


배수구가 없는 화분은 화분이 아니라 꽃병입니다.
섭생만 있고 배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과다한 섭취는 있고,
배출구는 부족한 일상을 견뎌내는 것은 아닌지요.
주변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닭장 같은 아파트 생활은
감정의 배출구가 없음이며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사람과 모으기만 하고 쓰지 않는 사람은
서로 간에 흘러야할 정의 통로가 없는 것입니다.
출구가 입구 못지않게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는 작가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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