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먹는 저녁
국수 가락 앞에 놓인 순하고 가지런한 눈썹들 눈썹처럼 돋는 웃음이 따뜻하고 면발 같은
말들이 졸깃해 목구멍이 뜨끈해 오는 저녁 너를 떠올리는 가슴이 장국처럼 따뜻하다
어디선가 툭 끊어진 이야기들이 통통하고 길다 후루룩후루룩 바람이 훌렁하고 문득
울리는 전화벨이 가지런하다 전화벨 너머의 어떤 죽음이 순하고 가지런하다 그가 벗어
놓고 간 말들이 담백하고 길다
둥근 그릇에 담긴 식구들이 서로를 휘휘 젓는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동생이 뒤섞인다
가지런히 온순하게 한 사발 국수로 풀어진다
- 허영둘, 시 '국수 먹는 저녁' 부분 -
온 가족이 둘러앉아 국수를 먹는 저녁을 상상해봅니다.
갑자기 뚝, 끊기는 어색함도 없이 장국에 말은 따듯한 이야기들이
후루룩 목을 타고 넘어가는 자리.
아주 특별나지는 않지만,
소소하고 사소한 삶의 이야기들이 국수 가락처럼 가지런히 감기는 저녁은
참 따스하고 정겹고 담백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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