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커브
끼이익,
주행이 급커브를 틀자
나른한 오전이 확 달아납니다.
한쪽으로 기운 생각을 서둘러 움켜쥔 서늘한 등짝에서
식은땀이 흐릅니다.
마모되는 한편의 기억들.
차창에 닿은 한쪽 뺨이 다 닳을 것만 같습니다.
휘익, 계절을 꺾은 베란다 저쪽이 이쪽을 들여다보듯
수시로 달려들던 커브였습니다.
나는 안쪽으로 기분을 틀었지만
그는 위험한 바깥.
일그러진 표정이 자주 옆구리를 틀던 그때 나는
변심을 보기도 했던가요.
최신의 커브를 자랑하는 티브이는
화목을 불러 앉히는데
급브레이크를 밟은 이상기후는 서늘한 커브입니다.
살면서 겪는 수많은 커브들.
변심과 돌변과 어이없음을 종종 보고 느끼면서
'한결같다'는 것이 왜 좋은지를 알 것 같습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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