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어 먹기
설날 차례상 차리고 남은
껍질 물렁물렁한 감귤 서너 개
텃밭 매실나무 아래 놓았다
겨우내 먹을 것 찾아 기웃거리던
초하룻날 아침,
노랑깃털 동박새가 매실나무 밑으로
폴 싹 내려앉는다
허기진 부리로
노란 얼굴을 마구 쪼아댄다
마치 연인처럼 입을 맞춘다
간지럼 타며 비비 꼬이는 감귤
뒤질세라
노란 관능의 웃음을 향해
절정의 간지럼을 쪼아대는 동박새
- 박종영 님, '나누어 먹기'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망고는 뻔뻔해 (0) | 2017.02.14 |
---|---|
교체되는 감각, 혹은 느낌들 (0) | 2017.02.13 |
겨우살이 (0) | 2017.02.08 |
소통과 사유가 있기에 (0) | 2017.02.03 |
가슴으로 듣는 귀 (0) | 2017.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