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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꽃

애기똥풀꽃 애기똥풀 : 마을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곧추 자라 큰 것은 80 cm 정도로 자란다. 잎과 줄기에 분백색이 돈다. 줄기를 꺾으면 노란 진액이 나온다. 꽃은 황색이며 봄부터 가을까지 가지 끝에 핀다. 독성식물이다. ​ 애기똥풀꽃 더디 오는 봄이 그리워 강변으로 봄마중을 나갔다 강물은 무심히 흐르고 강가엔 서로 몸 부비며 수런대는 갈대 뿐 어디에도 봄은 보이지 않았다 봄부터 가을이 겨웁도록 지천으로 피어 강둑을 수놓던 노란 애기똥풀꽃 다 어디로 갔나 발길 돌려 집으로 돌아오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보았던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쪽잠

쪽잠 기울기가 필요합니까 세우고 싶어도 세울 수 없는 모퉁이 몰래 찾아가는 열린 구석입니다 입구 좁은 날은 출구마저 좁아 두 팔이 껴안는 고요한 무릎과 어둠이 불러오는 낯선 공기층 막간은 막간일 때 짜릿합니다 가지런히 발 뻗은 그저께를 다시 만날 수 있습니까 후다닥 뛰쳐나가야 하는 안녕입니다 빛나지 않는 손톱을 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엄지와 검지가 만나 오케이! 오케이? 두 개의 선택만 있는 오후는 키득거릴 여유가 없습니다 왜 거기에 있어, 밀봉한 서른은 떠벌릴 때 더 아파 근심이 근심 어린 표정을 재빨리 지웁니다 잠깐 아주 잠깐 한숨이 푹신한 이불입니다 천장 높은 친절은 시간당 수당입니다 - 최연수, 시 '쪽잠' 늦은 밤 편의점 알바 청년을 기억합니다. 졸린 시간에도 친절을 베풀던 그를 생각했습니다. 구..

은방울꽃

은방울꽃 은방울꽃 :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산지에서 자란다. 5∼6월에 종 모양의 흰색 꽃이 피는데 총상꽃차례로 10 송이 정도가 아래를 향해 핀다. 꽃말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이다. ​ 은방울 꽃 하나가 입춘 지나 우수가 코앞인데 봄 눈 내리고 뺨을 스치는 바람이 차다 코로나 역병 때문에 마스크에 꽁꽁 갇힌 채 두 번이나 꽃 향기 없는 봄을 보낸 탓일까 눈을 하얗게 이고 선 북한산 바라보면 저 산 어디쯤에서 마주쳤던 어느 봄 날의 은방울꽃이 자꾸만 생각난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냄새 혹은 기억

냄새 혹은 기억 그때 우리는 어떤 냄새에 심각하게 주목해야 했다. 딱히 무슨 냄새라고 말하기가 어려웠지만 달달하고 끈적끈적한 냄새에 우리에게 익숙한 약품도 섞인 듯했는데 아무튼 그 냄새 때문에 조금 전에 먹은 빵이 목구멍으로 다시 올라올 것 같아 거북했다. - 임레 케르테스, 소설 '운명' 중에서 실제로 맡아지는 냄새가 있는가 하면 어떤 풍경 혹은 사건으로 소환한 냄새가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움이 되거나 돌이키고 싶지 않은 냄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남겨지는 나의 냄새, 나의 기억은 상쾌하고 오래 그리운 것이 되고 싶습니다.

유지경성(有志竟成)

유지경성(有志竟成) 유지경성(有志竟成) :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 - 출전 : 후한서(後漢書) 〈경엄전(耿弇傳)〉 ‘유지자사경성야(有志者事竟成也)’에서 ‘유지경성’이 유래했다. 성급히 결과를 얻어야겠다는 생각만 거두면 이루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천천히,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그 일을 계속해야 하고, 포기하려다가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봄볕 한아름은 어떤가

봄볕 한아름은 어떤가 농밀하게 잘 익은 봄기운 한가락 가슴에 새기는 동안 간밤 서릿발 이고 선 푸른 댓잎 사이로 죽음이 삶을 부르듯 낮고 고요하게 매끄럽고 날렵한 몸 부딪치는 소리 더디 오는 봄에 소망함은 보기 좋은 풍경 하나 대문에 매다는 일 어김없이 찾아와 제자리를 지키는 저 봉긋한 매화의 젖가슴 어두운 세상 간절한 향기로 반짝이고 훤히 비치는 산골물에 발을 담그니 솜털 버들강아지 보송보송 입술을 열고 마음은 오래된 흙처럼 순해지는데 미망의 하루 봄볕 한아름은 어떤가 - 박종영 님

나팔꽃

나팔꽃 나팔꽃 :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3m까지 자라고 꽃은 7~8월에 피며 꽃색은 자주색,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하다. 꽃말은' 아침의 영광'이다. ​ 나팔꽃 입춘날 아침 먼 산 희끗한 잔설을 보며 한여름 나팔꽃을 생각하네​ 수직의 전봇대를 휘감아 오르며 아침마다 씩씩하게 나팔을 불어대던 나팔꽃​ 입춘도 지났으니 머지 않아 꽃 소식 들려올 테지 나팔꽃처럼 겨울잠에서 깨어 또 씩씩하게 살아봐야지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저녁은

저녁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저녁은 하루 중 가장 즐거운 때라고 한 내 말동무의 말이 정말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뒤는 그만 돌아보고 좀 더 적극적인 시선으로 내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해 보라고 한 그의 충고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하긴 그렇다. 언제까지나 뒤만 돌아보며 내 인생이 바랐던 대로 되지 않았다고 자책해본들 무엇이 나오겠는가? -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남아 있는 나날' 중에서 분주한 오전과 한낮을 지나 오롯이 나에게로 돌아올 시간, 그 시간이 저녁입니다. 그래서 남은 하루를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하기도 하고 바빴던 일과에서 조금은 느슨해지는 시간입니다. 인생의 저녁은, 조금은 아쉬우면서도 따스하고 조급하면서도 여유로운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