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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대하여

침묵에 대하여 대개 강하고 과묵한 사람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데, 그는 단지 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 윈스턴 처칠 말을 많이 하면 헤프다, 알맹이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말을 하지 않으면 진중하다, 속을 알 수 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조금 알아서 시끄러운 경우도 있고 아예 몰라서 침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당하다는 것. 가볍지 않으면서,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 적당하다는 건 어디쯤일까요.

조개의 눈물

조개의 눈물 우주를 품은 넓고 푸른 바다에 끊임없이 운행하는 자연 섭리는 만물의 생명으로 터전 이루었고 부드러운 갯벌에서 숨바꼭질하며 조가비 연가로 씨알 키워나갔다 시샘 바람은 해일 일으켜 연약한 속살에 고통의 핵 심었고 물결 따라 어루만지던 금모래는 가시로 변해 여린 영혼 할퀴며 보석을 잉태할 것이라 비웃는다 누군가 먹이사슬로 희생되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어금니 앙다물고 소금물 삼키며 여왕의 장신구로 선택될 광채 나는 흑진주를 꿈꾼다. - 정채균 님

주름잎 꽃

주름잎 꽃 주름잎 : 현삼과의 한해살이풀로 밭이나 습한 곳에 자란다. 잎은 마주달리고 도란형 또는 긴 타원형 주걱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고 옆면에 주름이 진다. 꽃은 5~8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 주름잎 꽃 눈 내린 날 친구의 딸기 농장에 놀러갔다가 하우스 한 귀퉁이에 핀 주름잎 꽃을 보았다 어렸을 적 고향의 논밭마다 지천으로 피어서 농부에게 수없이 눈흘김 당하던 마냥 천대받던 잡초였을 뿐인데 이 겨울에 만나니 고향 친구처럼 반갑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마더

마더 “부쯔 보낸다 오래됐지만 몇 번 안 신었다 니 발에 맞을끼다 내야 인자 땅바닥에 발이 붙어야 편하제 뒤꿈치가 째매만 높아도 어리어리하고 발모가지가 아푸다 갈 때가 다 된 기라 세상 골목길은 발 시립고 아플끼다” 여든을 목전에 둔 어미가 광나게 닦아 신발장에 넣어둔 아껴 신던 오래 묵은 가죽 부츠 한 켤레를 보내왔다 그녀는 어미의 부츠를 신고 지상의 골목을 돌기도 시장 바닥을 뒤지기도 하며 보따리를 푸는 생계와 절망을 파는 방물장수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더였다 - 유현숙, 시 '마더' 노모가 건네준 신발을 들고 온 기억이 있습니다.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신발장 한켠에 박아두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신고 나간 날, 오래된 밑창이 앞부터 허물어졌습니다. 유난히 더 쓸쓸하고 뭉클했던 그 날. 그때의 제 마..

소통

소통 소통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개인 존재의 본질이 개인 스스로가 확신하는 팩트가 아닌 상상하는 것, 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생각하고 싶은 것, 희망하는 것 위에 자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한 문화나눔'은 자신만의 세계가 아닌 쌍방향의 행복한 소통으로 행복한 문화를 서로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요약 할 수 있다. - 중에서

참빗살나무

참빗살나무 참빗살나무 : 노박덩굴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5~6월 연한 녹색 꽃을 3~12개씩 지난해 나온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취산 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암수딴그루의 단성화이며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이며 꽃밥은 흑자색이다. 열매는 10월에 분홍색으로 익고 열매가 다 익으면 4개로 갈라지며 분홍색 껍질에 쌓인 빨간 씨가 나온다. 머리 빗는 참빗의 살을 만드는데 이 나무를 써서 ‘참빗살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說)이 있다 참빗살나무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게 꽃이라지만 꽃보다 고운 열매도 있다는 걸 늦가을 산길에서 참빗살나무 분홍열매를 보고 뒤늦게 깨닫는다 지난 봄 꽃 필 때엔 오월의 신록에 가려 꽃피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자신도 뜨겁게 살았다는 듯 저리 곱고 부신 열매를 내어 달다니! ​ 글..

내 마음속의 풍경

내 마음속의 풍경 그때 3층 층계참으로 올라갔을 때 내 앞에 펼쳐졌던 광경, 침실마다 문이 살짝 열려 있고 오렌지색 석양 광선이 복도의 어스름을 깨던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남아있는 나날’ 중에서 잊지 못할 기억을 추억이라 부른다면, 추억의 풍경이 가슴 저 안쪽에 남아있지요. 사소하지만, 순간적으로 마음에 쑥 헤집고 들어온 광경. 고이 접어둔 한 페이지 같아서, 접어두었다가 무의식중에 펼쳐보는 기억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