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흰이질풀 꽃

흰이질풀 꽃 흰이질풀 : 한국 원산인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전초(全草)를 이질(痢疾)이나 설사약으로 사용하여이름 붙여졌다. 꽃 모양은 쥐손이풀, 이질풀, 둥근이질풀과 비슷하며 붉은 줄무늬 맥이 5개가 있다. 8~9월에 흰색의 꽃이 핀다. ​ 흰이질풀 ​천변 둑을 거닐다 만난 흰이질풀 꽃 초록 덩굴 사이로 파란 하늘 곱게 받쳐 든 어린 누이의 손톱만한 흰 꽃송이들 기다리는 나비는 오지 않고 짖꿎은 바람이 이따금 꽃대를 흔들고 가도 이 생의 소명인 양 매번 흐트러진 매무새를 바로 잡으며 나비를 기다린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꽃맞춤

꽃맞춤 담 아래 채송화가 피었다 지나던 할머니가 우두커니 앉아 내려본다 지나던 키 큰 남자 목 길게 빼고 내려본다 스쿠터 탄 노랑머리 한 쌍 가던 길 돌아와 한참을 본다 아무 짓 안 해도 다가온다 아무 말 안 해도 바라본다 - 김민채, 시 '꽃맞춤' 안쓰럽고 대견해서 바라봅니다. 몸부림을 알 것도 같아서. 푸념하지 않아서, 그래도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아서 눈길 한 번 더 가는 것들. 요란하지 않지만 마음을 당기는 것들. 시끄럽지 않은, 제 할 일 알아서 하는 사람 같습니다.

차분히 나를 조절하는 것

차분히 나를 조절하는 것 감정을 잘 다스렸을 때 비로소 소박한 마음이 생겨나는 법이다. - 달랑베르 감정조절도 쉽지 않습니다. 더위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서도 조금은 걸리는 것은 결국 나의 성정이 거기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를 다스리기는 감정을 다스리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작은 것 하나로 폭발하는 것은 후회를 남기는 것. 차분히 나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연을 딛고

실연을 딛고 한 폭 그림으로 펼쳐진 다도해 든든한 선장 만나 처녀출항 뱃길 열리고 갈매기 날갯짓에 이끌려 대망의 바다 뛰어들었다 만선의 깃발 나부끼며 고동 울리던 기쁜 날도 있었지만 흔적 없이 잔잔한 파도가 태풍 되어 파선하기도 했으니 어찌 그 깊은 속을 알 수 있을까 해당화 피어난 백사장 표류하여 정신 차리고 보니 추억을 불러오는 조가비 노래에 다시금 추슬러 신천지 향한다. - 정채균 님

범부채꽃

범부채꽃 범부채 : 산지와 바닷가에서 자라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50~100c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좌우로 납작하여 부채 모양으로 늘어선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지름 5∼6cm 이며 수평으로 퍼지고 노란 빛을 띤 빨간색 바탕에 짙은 반점이 있다. ​ 범부채 꽃 바람 한 점 없는 쨍한 여름 한낮 홀로 바람을 타는 범부채 꽃 바람에 흔들려야 꽃이라는 듯 스스로 부채가 되어 바람을 탄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무궁화

무궁화 나무가 내려놓은 환한 그늘을 내려다본다. 어디에도 상한 흔적이 없다. 꽃잎이 뜯겨나가지도 않았고 구차한 속이 드러나는 험한 꼴도 보이지 않는다. 호상이다. 환하게 하루를 열었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일과를 닫는 무궁화. 열림과 닫힘을 반복하는 무궁무진한 꽃은 세상사 피고 지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넉넉하게 웃어준다. - 최연수, 수필 '공원 숲' 중에서 어릴 적 보았던 꽃보다 색깔도 다양합니다. 아련한, 그래서 친근하고 더욱 소중한 꽃. 8월과 무궁화는 유난히 깊은 관계가 있는 것도 같습니다.

휴식

휴식 일과 오락이 규칙적으로 교대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 생활이 즐거워진다. - 톨스토이 무척 덥습니다. 휴가 계획도 세우고 휴가 갈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합니다. 그러나 밖으로 맘껏 다닐 수 없는 불안과 위험이 있으니 느긋하게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잠시 일을 잊고 재충전한다는 것. 일과 오락의 적절한 섞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종이 한 장의 걸음

종이 한 장의 걸음 초등학교 1학년 손자 놈이 종이 한 장을 바람 앞에 대자 빙글 거리며 하늘로 솟구친다 "어, 종이가 하늘을 걸어가네"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자락 바람의 상승효과를 알아차리는 것인가? 가벼운 사물의 순수를 향해 생명을 부여하는 언어의 경이로움, 그건 세상의 누군가에게 비약의 의미를 전하는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발버둥 치며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의 간극에서 종이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위하여 밟고 온 삶의 여백마다 구겨지지 않은 한 장 종이의 생명을 느낄 때까지, 더딘 인생의 걸음으로 뒤쳐진 나를 차곡히 채워주고 싶은 것이다 - 박종영 님

참나리꽃

참나리꽃 참나리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과 들에서 자라고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줄기는 높이가 1∼2m이고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점이 빽빽이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노란빛이 도는 붉은 색 바탕에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점이 많으며 지름이 10∼12cm이고 4∼20개가 밑을 향하여 달린다. 화피 조각은 6개이고 바소꼴이며 뒤로 심하게 말린다. ​ 참나리꽃 ​ 여름이 뜨거워서 피어난 게 아니랍니다 꽁꽁 사리고 쟁여도 가눌 길 없는 내 안의 불꽃이 마침내 터져 오른 것입니다 찾아오는 이 없어 홀로 피었다 진다 해도 나는 서럽지 않을 것입니다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으므로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잠시

잠시 비 오신 뒤 웅덩이가 구름을 품었다 놓아 준다 웅덩이도 잠시, 다녀가는 중이다 잘게 물주름져 어리는 스쳐 간 얼굴들 - 채들, 시 '잠시' 잠시 드는 표정과 감정입니다. 그러나 잠시의 연속으로 온종일 나를 지배합니다. 사소함이 모여 이루어지는 일상.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스쳐 간 소나기 뒤 햇살이 뜨겁습니다. 이 순간도 잠시라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