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해오라기난초

해오라기난초 해오라기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5~4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실 모양이다. 7~8월에 흰 꽃이 줄기 끝에 1~4개씩 붙어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로 10월에 익는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산과 들의 습지에서 자란다. ​ 해오라기난초 여기 새가 되어 날고 싶은 꽃이 있다 한 번 뿌리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운명을 거역한 꽃이 있다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새가 되고 싶어 스스로 새의 형상으로 몸을 바꾼 해오라기난초 산다는 것은 곧 꿈을 꾸는 일이라고 내게 가만가만 속삭이고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우두커니

우두커니 나는 문을 닫고 어둠 속의 층계참에 잠시 서 있었다. 건물 안은 고요했고, 계단통의 저 깊숙한 밑바닥으로부터 으스스하고 축축한 바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귓전에 나 자신의 맥박이 웅웅대며 뛰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 중에서 나의 숨소리와 맥박만 느껴지는 시간. 그럴 때면, 으스스하고 축축한 바람이 목을 핥아 바짝 긴장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더위에 지쳐 우두커니 있을 때면 목이 서늘해지는 긴장감도 필요하구나 싶습니다. 우두커니, 라는 말은 여유와 긴장을 모두 포함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둘이서

둘이서 둘이서 동시에 노래할 수는 있으나 동시에 지껄일 수는 없다. - 독일속담 둘이서 할 수 있는 일, 그것은 호흡을 맞추는 일, 마음을 모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제멋대로 각자 간다면 마음을 모을 수 없어서 화합하고 이해해야만 지속되는 둘의 관계입니다. 여럿인 속에서 웃고 떠드는 일보다 둘일 때 다정히 속삭이는 관계가 더 어렵습니다.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는 날 투명 비닐우산을 들고 슬리퍼 밖으로 다 나와버린 꼼지락거리는 맨발의 발가락으론 빗물을 튕기며 짱짱한 고무줄 월남치마의 찰랑거림위엔 V자넥 쫄블랙 티셔츠에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얇고 긴 가디건을 걸치고 총총총 걸어 본 오늘의 비오는 거리~ 비오는 날은 쉬~잠을 못드네요.. 센치의 극치를 달리는 어떤 아줌마는 말이죠~~^^ - 박주연 님 글 중에서 * 행복한 나눔이 있습니다. https://band.us/band/58470572

낙화

낙화 능소화 : 중국 원산의 능소화과의 낙엽성 덩굴식물로 금등화라고도 한다. 옛날엔 양반꽃이라 하여 귀하게 여겼으며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에 붙어서 올라가고 길이가 10m에 달한다. 잎은 마주나고,7~8월경에 주황색 꽃이 핀다. 꽃의 지름은 6∼8cm이고, 색은 귤색인데, 안쪽은 주황색이다. ​ 낙화 ​밤새 비바람 사납더니 담장 위 능소화 꽃숭어리채 떨어져 바닥에 뒹근다 지는 것이 두려워 피지 않는 꽃은 없다 해도 이렇게 속절없이 꺾이어 지고 나면 어찌 황망하지 않으랴 공연히 짠한 마음에 꽃 한 송이 주워드니 배시시 꽃이 웃는다 한 생의 마지막이 이리 고울 수도 있다니!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탁자에 둘러앉은 빛

탁자에 둘러앉은 빛 우리 집 탁자는 칙칙하고, 낡고, 긁힌 자국이 선명하다 탁자를 볼 때마다 대낮인데도 나는 어둠의 길을 걷는 것 같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오히려 캄캄해지는 밤이 오면 고구마밭으로 내리쬐던 태양처럼 형광등 불빛이, 하루 일을 마치고 둘러앉은 가족의 어깨와 탁자 위에 펼쳐져서 어둡던 길이 환해지는 것이다 - 수피아, 시 ‘탁자에 둘러앉은 빛’ 아침이면 짧은 인사만 건네며 허둥지둥 나갔던 식구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집에서 그나마 위안이 얻고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둡다고 느껴지던 마음마저 환해지는 정겨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