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그래서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CT, MRI, PET...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다 심지어 용왕님께도 고갯마루 당산나무 신령님께도 애걸해 봐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다 하늘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리석은 우리의 생각들을 인간 본연의 나약함을 누군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인생이다 소싯적 기억이라도 찾아 반성해야 한다 슬그머니 입에 넣었던 떡 한 조각의 잘못이라도 하늘에 고백해야 한다 혹시 모를 일이다 하늘이 문득 기적을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인생이다. - 박얼서 님

나팔꽃

나팔꽃 나팔꽃 :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인도가 원산지다. 길이는 3m까지 자라고 줄기의 전체에 아래를 향하는 긴 털이 있으며 덩굴성으로 왼쪽으로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며 심장모양으로 3개로 갈라지며 꽃은 한 여름에 핀다. ​ 나팔꽃 천변 둑을 따라 보랏빛 나팔꽃이 한창이다 매일 오가면서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꽃 핀 뒤에야 나팔꽃 덩굴이 있는 줄 알다니 타고 오를 것 없어도 포기할 줄 모르고 허공을 움켜 쥐고라도 뻗어가는 덩굴손 따라 나팔꽃들이 일제히 나팔 불며 새 아침을 노래하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반성

반성 아버지 기일 납골당 면전에 피울 향보다는 물릴 수 없는 가까운 약속만 떠올리며 애초에 그른 생이었다 싶어 바다만 보다가 이 세상과 저 세상의 허물이 낯선 간격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수천 번을 반성해도 뉘우치지 못하는 게 많아 어둠을 읽는 게 익숙할수록 눈물이 뜨거워지는 이유 자주 하늘이 무너지는 걸 생각했다 - 최규환, 시 '반성' 반성의 연속입니다. 그래서 반성을 반성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족을 느끼는 여유, 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어제 오늘 내일

어제 오늘 내일 어제의 비 때문에 오늘까지 젖어있지 말고 내일의 비 때문에 오늘부터 우산을 펴지 마라. - 이수경, 산문집 중에서 어제는 어제였습니다. 오늘까지, 내일까지, 오래도록 끌고 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제를 바탕으로 오늘 더 긍정적이면 됩니다. 내일은 내일입니다. 어떤 내일이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무런 감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내일이 되어서 부딪쳐보는 겁니다.

나무수국

나무수국 나무수국 : 수국과의 낙엽관목으로 주로 화단에 심어 가꾼다. 나무에 피는 수국이라 하여 나무수국이라 부른다. 7~8월에 피는 꽃은 가지 끝에 길이 26cm 정도의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흰색이다. ​ 나무수국 ​숲그늘에 앉아 흰 나비 떼 내려앉은 듯 소담스레 피어 있는 나무수국을 본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도 장대비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는 나무수국 꽃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빗방울 속의 빗방울, 늙지 않는 동그라미

빗방울 속의 빗방울, 늙지 않는 동그라미 반으로 자르자마자 돌기 시작한다 멈추지 않아 어쩌지 못한 중심을​ 돌아도 돌아도 잡히지 않는 원심력을 돌리고 있다 씨앗 이전부터 돌고 있던 것들이 양파의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껍질 속의 껍질 속의 껍질들이 돌다가 그대로 촘촘하게 포개진 단단해진 수면 위로 착지하는, 부서지면서 퍼져가는 빗방울 속의 빗방울 속의 빗방울 속의 빗방울 작은 동그라미를 자꾸 밀어내는 큰 동그라미들 멈출 수 없는​ 제 속도로 넘치는 엎질러지지 않으려는 입이 없고 늙지 않는 동그라미들​ - 장요원, 시 '양파' 파문을 들여다봅니다. 돌고 또 도는 입 없는 것이 잘린 양파의 단면 같습니다. 촘촘하게 포개진, 단단한 빗방울 속의 빗방울, 늙지 않는 동그라미. 그래도 어느 순간 조용해지듯 내 마음..

사랑하려거든

사랑하려거든 고슴도치같이 사랑하라 서로 소유하려 들지 말고 너무 가까이 가려 하지 말고 욕심에 가시털 세우지 말고 서로 찔려 상처 생기지 않게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보며 가슴으로 사랑하라 영원한 평행선으로 쉬어가는 간이역에 앉아 함께 숨 고르며 손잡으면 닿을 수 있는 그만큼의 거리에서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주고받는 속삭임만으로 서로의 온기를 잃지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 류인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