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공감

공감 굶주린 사람에게 배고픔의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충고를 대식가(大食家)가 어찌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 칼릴 지브란 공감이란 것이 관계의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전적으로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의 상황을 알고 그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만큼 중요한 관계가 없습니다. 처지가 정반대인 경우,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위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없다면 삭막한 삶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들어주고 함께 느끼는 것이 어쭙잖은 충고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풍접초

풍접초 풍접초 : 풍접초과의 한해살이풀로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줄기는 곧게 서서 높이 1m 내외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 겹잎이다. 꽃은 8∼9월에 피고 홍자색 또는 흰색이며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 모양이 신부의 족두리를 닮아 족두리꽃으로도 불린다. ​ 족두리꽃 족두리 꽃 피면 시집 간 누이 생각이 난다 분홍 나비떼 내려앉은 듯 곱게 빗은 누이의 머리 위에서 찰랑거리던 칠보 족두리 바람 한 점 없는데 가늘게 떨리던 누이의 속눈썹 끝에 아롱지던 눈물 방울 복사꽃 꽃물 든 누이의 볼을 타고 흐르고 흐르던 기억 눈물이 말라 돌아오는 길 잊었는가 해마다 족두리 꽃은 곱게 피는데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열린 귀, 열린 사고

열린 귀, 열린 사고 오싹했다.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이. 그 추락의 무지막지한 깊이와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가.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도 무시해버린 남자. - 룰루 밀러, 소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서 다른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열린 귀, 열린 사고가 아니라 자신만 믿으려는 독선은 종종 일을 그르치곤 합니다. 두루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고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금꿩의다리

금꿩의다리 금꿩의다리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에서 자란다. 높이 70∼100cm 정도로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를 치고 보통 자줏빛이다. 7∼8월에 담자색 꽃이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은 타원형으로 4개이며 타원형으로, 암술과 수술은 많고 꽃밥은 수술대와 더불어 황색이다. ​ 금꿩의다리 ​고향의 벗들과 떠난 삼척 여행길에서 만난 금꿩의다리 꽃 껑충한 키에 금빛 꽃술 가득 내어 단 금꿩의다리는 스무 가지가 넘는 꿩의다리 중에서도 키가 가장 크고 꽃도 제일 곱다 1박2일 내내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친구 중의 친구 죽마고우를 똑 닮았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쉽사리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

쉽사리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 기쁨은 금세 사라졌다. 에드윈은 누구와도 기쁨을 나눌 수 없었다. 대학 친구, 여자 친구 혹은 동생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새를 갖게 되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새들이 어디서 났는지 어떻게든 거짓말을 꾸며내야 했으니까. - 커크 윌리스 존슨, 소설 ‘깃털도둑’ 중에서 뒤에 일어날 일이 두려워서, 결과에 따른 그럴듯한 변명이 두려워서 쉽사리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변명이나 거짓말을 할 일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자유롭겠습니까. 피치 못할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이유,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유욕

소유욕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 마이클 소마레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리하여 본인도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함이 있습니다. 그것을 묵인해주는 사회적 관습도 문제입니다. 지혜나 지식처럼 속에 저장해두는 것도 있다는 것. 그것이 더 좋은 인간의 소유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댑싸리 빗자루

댑싸리 빗자루 풍경의 그늘로 아름다운 언덕 차지하고 옴싹 옴싹 자란 댑싸리, 푸른 말씀 듣고 촘촘히 박힌 화반 아쉬운 듯 부둥켜안고 피는 댑싸리 꽃, 아담한 녹색 그늘에 쉬어가는 하늘 구름 저거, 거꾸로 매달고 씨 받아 뿌린 지 엊그제인데 묵정밭 고루 퍼져 소담하게 열 지어 섰네. 초가을 바람 슴슴이 깃들어 선선하면 네 아랫도리 싹둑 베어 빗자루 만들었는데, 비워둔 지 수삼 년 먼지 낀 사랑채 건너 불면의 밤을 지나온 뜨락엔 개망초가 무성하고, 잡풀에 부대끼는 안마당 고루 다듬으려 댑사리, 너를 베어 만든 빗자루로 쓸어내면 경전처럼 퍼지는 고향의 흙냄새, 뽀얀 그리움의 안개 속으로 오래 살고 싶도록 잡아당기는 푸른 기운, 내 유년의 젊은 풍경이 달려오네. - 박종영 님

소금의 정수

소금의 정수 마당 창고에 갇힌 칠흑의 바다가 평상까지 파도를 타고 올라왔다 소금포대를 적시며 굴곡진 내 삶의 고비마다 언제나 간을 적절히 맞추어주던 소망의 손길로 한줌의 소금을 빚었다 바다가 본체인 소금 되돌아 갈 수 없는 조그만 창고 안 이제 또 다른 삶을 기다리며 간수를 빼고 있다 내 한 몸 얼마나 녹여야 깊은 맛 깃들어 소금의 정수에 닿을까 - 김이남, '소금' 중에서 세상에 한줌 소금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적절히 간 들여서 알맞게 맛있는 사람, 괜찮은 사람이기를 오늘도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