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따시딸레!박상면 2019. 1. 15. 13:13


오래된 못을 빼내려다
못대가리가 떨어졌다
남은 못 몸뚱아리
붉게 녹슬어 있다
못을 박은 벽지 가장자리가
벌겋게 물들어 있다

지나버린 시간들이 있다
탱탱하게 녹이 슨 대못처럼
어쩔 수 없이 길들어진
내 가슴 가운데를 물들여놓은
시간들이 있다

더는 박을 수도 뽑을 수도 없는
더는 아무것도 아닌 무엇도 되지 못하는
그렇게 주저앉은
시간의 궁지窮地


- 홍경나, 시 '녹'


더는 아무것도 아닌, 무엇도 되지 못하는 궁지에서
어쩔 도리없이 쩔쩔매다가 그대로 주저앉는 경우가 있습니다.
녹처럼 벌건 흔적만 남은, 추억이라 할 수 없는 것들.
그냥 그대로 흘러가도 좋았을 것을, 자꾸만 흔적을 남기는 것들.
그래도 남의 가슴에 대못 하나 박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흘려버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게 오히려 홀가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닷가에서 생각하는 연서   (0) 2019.01.18
낙상홍   (0) 2019.01.16
던진 벽돌이 기초가 되어  (0) 2019.01.15
내가 다스려야 할 일  (0) 2019.01.15
겨울나무   (0) 201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