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다는 것은
바람이 불다
휘어지는 곳에서 휘파람이 된다
휘어지는 모퉁이마다 바글거리는 바람
오래 머물면서 소리로 피지 못한
바람의 상처를 듣는다
새벽빛 휘어져 노을이 되고
저녁 무렵, 휘어져 돌아온 아버지의 그림자
잠자리에서도 펴지지 않던 어머니의 등
휘어진 가로등 밑에 흩어진 꽃다발
늦은 겨울 밤거리를 휘어져 걷는 사람들
휘어진 길에서만 되돌아 보이는
지나온 발자국들
휘어진다는 것은
꺾이지 않고도 절망을 알고
꺾이지 않았기에 탓하지 않고
둥글게 안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구김 없는 수긍이리라
- 윤석호, 시 '휘어진다는 것은'
휘어지기에 맞서지 않고
휘어지기에 꺾이지 않습니다.
비굴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돌아가는 것,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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