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에 둘러앉은 빛
우리 집 탁자는
칙칙하고, 낡고, 긁힌 자국이 선명하다
탁자를 볼 때마다
대낮인데도 나는
어둠의 길을 걷는 것 같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오히려 캄캄해지는 밤이 오면
고구마밭으로 내리쬐던 태양처럼
형광등 불빛이,
하루 일을 마치고 둘러앉은
가족의 어깨와 탁자 위에 펼쳐져서
어둡던 길이 환해지는 것이다
- 수피아, 시 ‘탁자에 둘러앉은 빛’
아침이면 짧은 인사만 건네며 허둥지둥 나갔던 식구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집에서
그나마 위안이 얻고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둡다고 느껴지던 마음마저 환해지는 정겨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