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지 않는 색, 묵직한 색
검정을 빼놓은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우주의 본색은 까망.
태양이 빛을 내는 동안 우주는 점잖게 뒤로 물러나
찬란한 빛을 마음껏 뿜어내게 해준다.
그 빛을 지켜주고 기다렸다가 밤이 되면
별들과 달을 등장시킨다.
작은 것 어느 하나 차별하지 않고 소근 대는 소리까지 들어준다.
내 어머님 같은 검정은 자신의 욕망을 뒤로하고
자식들이 빛을 낼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준다.
- 김지언, 수필 '까만 방' 중에서 -
옷과 소품에 즐겨 사용하는 색이면서도
조금은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검정입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검정은 자신을 죽여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기본 색입니다.
무책색이라고 명명해놓고 무시해 버리지만
검정이 있기에 다른 것들이 제 색을 빛내는 것일 테지요.
나대지 않아도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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