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에서
국밥이란 우아하게 먹어선 안 되는 밥
갓 삶은 머리고기를 바르는 뜨거운 손
그 손이 세월의 눅진한 돼지기름을 묻히기 오래전부터
어두컴컴한 자궁 속에서 맡아지던 누린내
당신도 나도 손과 함께 머리라는 것을 달고 태어나
한 번쯤은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에 화들짝 데이고 나서
묵묵히 마주 앉아 어쩌면 홀로 꿋꿋한 척 떠먹던
그 첫 숟갈을 기억할 것인데
지난날을 떠올리는 것은 머리인가 가슴인가
- 이진희, 시 '삼거리 국밥집' 중에서 -
추운 날, 뚝배기에 담겨 나온 국밥을 뜨면서
사람냄새 물씬 나는 세상을 봅니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그만이라는 시대도 멀어진 지금,
우아함과는 어울리지 않아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먹는 훈김입니다.
살아가는 지혜는 왜 문득 누추함에서 시작될까요.
지극히 일상적인 게 진리라는 게 딱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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