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늘과 입천장
우리가 알고 있는 '입천장'은,
루마니아에서는 '입하늘'이라고도 한답니다.
말을 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
말을 삼켜야만 하는 상황, 침묵을 높이 쌓아두어야만 하는 처지,
그것이 입하늘에 해당하겠지요.
얼마나 답답할까요.
아직 그런 경우를 접하지 못해서
그 심각함이야 다 알 수 없지만,
묵은 체증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게 있을 겁니다.
발설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래서 '너만 알고 있어'가 모두가 아는 상황이 되곤 합니다.
입이 빨라서, 입천장과 혀가 너무 가까워서
문제가 되는 현실도 만만치 않습니다.
발설 못한 묵직한 침묵이 하늘처럼 높은 입하늘과
쉽게 뱉어낸 말이 화근을 만드는 입천장 사이,
처신을 잘한 것에 대한 안도와
여전히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한 후회가 있습니다.
결국, 입천장이냐 입하늘이냐를 결정짓는 건
세치 혀입니다.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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