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깊은 산골짜기에 자란다. 키는 1미터쯤 자라고
9월 경에 로마병정의 투구 모양을 닮은 자주색 꽃이 핀다. 독초로 한방에서는 초오라고 부른다.
투구꽃
온 산이 붉게 타는
가을산에서
자줏빛 투구꽃과 마주쳤을 때
한때는 약이었다가
끝내는 독이 되어 남은
옛사랑을 떠올렸다
사람의 목숨도
한순간에 앗아갈 만큼
치명적인 독을 지녔다는 투구꽃
매혹적인 꽃빛을 얻기 위해선
스스로 독을 품어야 하는 것인가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던
사랑의 초록 다짐들
한 올 가을 바람에 흩어지고
스스로 불 지르고 돌아선 자리에
꽃이 되지 못한
옛사랑을 생각한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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