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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리

비수리 비수리 : 콩과에 속하는 반관목으로 노우근,야관문이라고도 한다. 산기슭 아래 서식하며 줄기는 곧게 서고 50~ 100cm 까지 자란다. 꽃은 8~9월에 피고 흰색이다. ​ 비수리 꽃 싸리비질을 막 끝낸 절 마당처럼 티끌 하나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억새꽃의 황홀한 군무를 보려고 찾아간 하늘공원에서 비수리 꽃을 보았을 때 누군가 밤의 빗장을 여는 야관문(夜關門)이라 환호하더니 냉큼 줄기를 냉큼 휘어잡고 뿌리째 뽑아 배낭에 구겨넣었다 저 자잘한 꽃 한 송이 피우려고 일년을 살았을 텐데 배낭속에서 빼꼼히 고개 내민 비수리 꽃 속없이 하얗게 웃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안부

안부 여기 책상머리 앉아 있어도 네 눈물 짓는 소리 아프게 들린다 그렇게 메시지 보내고 나니 나도 늙나 보다, 어느새 희끗한 귀밑머리 사람이 고픈 저녁이다 저무는 해가 애달파 어디 부뚜막에라도 붙들어 매고 싶은 세밑 여기 멀리 물병자리 앉았어도 네 들썩이는 어깨 보인다 별이 차가워서 나는 슬프다 또, 보자 - 손준호, 시 ‘안부’ 사람이 고프다는 말을 실감하는 때가 있습니다. 오롯이 그리움으로 남아서 함께 말하고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시간. 또, 보자.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사람이기 때문

사람이기 때문 인간이란 미소와 눈물 사이를 왕래하는 시계추와 같은 것이다. - 바이런 어떤 때는 웃다가 어떤 때는 울음이 나기도 합니다. 순간순간 달라지는 기분들. 그것은 내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미소와 눈물 사이에 고뇌와 흔들림이 있지만 수많은 미소와 눈물을 지나며 성숙해지며 늙어가는 사람입니다.

야고

야고 야고 : 담배대더부살이라고도 함. 열당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기생식물로 화본과 억새 등에 기생한다. 꽃은 8~10월에 피고 엽록소가 없다. 야고(野菰)는 들에 나는 향기로운 풀이란 뜻이다. ​ 야고 상암동 하늘공원 흰 억새 꽃 보러 갔다가 바람 타는 억새 밭에서 연분홍 야고를 보았네 수십년 쌓인 쓰레기가 산을 이룬 곳에 억새 꽃 춤사위도 넘치는 호사인데 이리 고운 꽃이 숨어 있었다니! 여름내 시퍼렇게 날 세우던 억새도 가을 되니 춤사위 한껏 부드러워져 저리 예쁜 꽃을 품고 사는데 육십갑자 한바퀴 돌아도 사방에 흩어 놓은 쓰레기만 가득한 나는 언제 향기로운 꽃을 피울까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딱, 그만큼

딱, 그만큼 딱 그만큼의 거리란 서로를 위한 최소한의 거리이자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거리다. 서로 그리워할 만큼의 거리, 서로를 이해할 만큼의 거리다. 물리적 거리에 마음의 거리를 보탠 지혜의 거리라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마음 변치 않는 관계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불가근 불가원이 서로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한다는 데 의미를 둔다면 ‘저만치’ ‘저만큼’ ‘그만큼’의 적절한 거리는 합당하다. 원시와 근시를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 렌즈처럼 말이다. - 최장순, 수필 ‘딱, 그만큼’ 증에서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탓인지 소식마저 갇혀서 뒤늦게야 안부를 받기도 합니다. 잘 지내거니 하다가 받는 소식이 때로 슬픔이 되는 것도 있어서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합니다. 딱, 그만큼. 무관심..

공감

공감 굶주린 사람에게 배고픔의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충고를 대식가(大食家)가 어찌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 칼릴 지브란 공감이란 것이 관계의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전적으로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의 상황을 알고 그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만큼 중요한 관계가 없습니다. 처지가 정반대인 경우,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위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없다면 삭막한 삶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들어주고 함께 느끼는 것이 어쭙잖은 충고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풍접초

풍접초 풍접초 : 풍접초과의 한해살이풀로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줄기는 곧게 서서 높이 1m 내외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 겹잎이다. 꽃은 8∼9월에 피고 홍자색 또는 흰색이며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 모양이 신부의 족두리를 닮아 족두리꽃으로도 불린다. ​ 족두리꽃 족두리 꽃 피면 시집 간 누이 생각이 난다 분홍 나비떼 내려앉은 듯 곱게 빗은 누이의 머리 위에서 찰랑거리던 칠보 족두리 바람 한 점 없는데 가늘게 떨리던 누이의 속눈썹 끝에 아롱지던 눈물 방울 복사꽃 꽃물 든 누이의 볼을 타고 흐르고 흐르던 기억 눈물이 말라 돌아오는 길 잊었는가 해마다 족두리 꽃은 곱게 피는데 ​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