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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귀, 열린 사고

열린 귀, 열린 사고 오싹했다.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이. 그 추락의 무지막지한 깊이와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가.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도 무시해버린 남자. - 룰루 밀러, 소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자신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서 다른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열린 귀, 열린 사고가 아니라 자신만 믿으려는 독선은 종종 일을 그르치곤 합니다. 두루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고 잘못을 인정하고 시정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금꿩의다리

금꿩의다리 금꿩의다리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에서 자란다. 높이 70∼100cm 정도로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를 치고 보통 자줏빛이다. 7∼8월에 담자색 꽃이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은 타원형으로 4개이며 타원형으로, 암술과 수술은 많고 꽃밥은 수술대와 더불어 황색이다. ​ 금꿩의다리 ​고향의 벗들과 떠난 삼척 여행길에서 만난 금꿩의다리 꽃 껑충한 키에 금빛 꽃술 가득 내어 단 금꿩의다리는 스무 가지가 넘는 꿩의다리 중에서도 키가 가장 크고 꽃도 제일 곱다 1박2일 내내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친구 중의 친구 죽마고우를 똑 닮았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쉽사리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

쉽사리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 기쁨은 금세 사라졌다. 에드윈은 누구와도 기쁨을 나눌 수 없었다. 대학 친구, 여자 친구 혹은 동생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새를 갖게 되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새들이 어디서 났는지 어떻게든 거짓말을 꾸며내야 했으니까. - 커크 윌리스 존슨, 소설 ‘깃털도둑’ 중에서 뒤에 일어날 일이 두려워서, 결과에 따른 그럴듯한 변명이 두려워서 쉽사리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변명이나 거짓말을 할 일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자유롭겠습니까. 피치 못할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이유,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유욕

소유욕 인간은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소유하려 한다. - 마이클 소마레 눈으로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인간의 속성입니다. 그리하여 본인도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함이 있습니다. 그것을 묵인해주는 사회적 관습도 문제입니다. 지혜나 지식처럼 속에 저장해두는 것도 있다는 것. 그것이 더 좋은 인간의 소유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댑싸리 빗자루

댑싸리 빗자루 풍경의 그늘로 아름다운 언덕 차지하고 옴싹 옴싹 자란 댑싸리, 푸른 말씀 듣고 촘촘히 박힌 화반 아쉬운 듯 부둥켜안고 피는 댑싸리 꽃, 아담한 녹색 그늘에 쉬어가는 하늘 구름 저거, 거꾸로 매달고 씨 받아 뿌린 지 엊그제인데 묵정밭 고루 퍼져 소담하게 열 지어 섰네. 초가을 바람 슴슴이 깃들어 선선하면 네 아랫도리 싹둑 베어 빗자루 만들었는데, 비워둔 지 수삼 년 먼지 낀 사랑채 건너 불면의 밤을 지나온 뜨락엔 개망초가 무성하고, 잡풀에 부대끼는 안마당 고루 다듬으려 댑사리, 너를 베어 만든 빗자루로 쓸어내면 경전처럼 퍼지는 고향의 흙냄새, 뽀얀 그리움의 안개 속으로 오래 살고 싶도록 잡아당기는 푸른 기운, 내 유년의 젊은 풍경이 달려오네. - 박종영 님

소금의 정수

소금의 정수 마당 창고에 갇힌 칠흑의 바다가 평상까지 파도를 타고 올라왔다 소금포대를 적시며 굴곡진 내 삶의 고비마다 언제나 간을 적절히 맞추어주던 소망의 손길로 한줌의 소금을 빚었다 바다가 본체인 소금 되돌아 갈 수 없는 조그만 창고 안 이제 또 다른 삶을 기다리며 간수를 빼고 있다 내 한 몸 얼마나 녹여야 깊은 맛 깃들어 소금의 정수에 닿을까 - 김이남, '소금' 중에서 세상에 한줌 소금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적절히 간 들여서 알맞게 맛있는 사람, 괜찮은 사람이기를 오늘도 소망해봅니다.

그래서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CT, MRI, PET...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다 심지어 용왕님께도 고갯마루 당산나무 신령님께도 애걸해 봐야 한다 그래서 인생이다 하늘이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리석은 우리의 생각들을 인간 본연의 나약함을 누군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인생이다 소싯적 기억이라도 찾아 반성해야 한다 슬그머니 입에 넣었던 떡 한 조각의 잘못이라도 하늘에 고백해야 한다 혹시 모를 일이다 하늘이 문득 기적을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인생이다. - 박얼서 님

나팔꽃

나팔꽃 나팔꽃 :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인도가 원산지다. 길이는 3m까지 자라고 줄기의 전체에 아래를 향하는 긴 털이 있으며 덩굴성으로 왼쪽으로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며 심장모양으로 3개로 갈라지며 꽃은 한 여름에 핀다. ​ 나팔꽃 천변 둑을 따라 보랏빛 나팔꽃이 한창이다 매일 오가면서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꽃 핀 뒤에야 나팔꽃 덩굴이 있는 줄 알다니 타고 오를 것 없어도 포기할 줄 모르고 허공을 움켜 쥐고라도 뻗어가는 덩굴손 따라 나팔꽃들이 일제히 나팔 불며 새 아침을 노래하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