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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 꽃

물레나물 꽃 물레나물 :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물가에서 자란다. 꽃은 6∼8월에 피고 지름이 4∼6 cm이며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고 가지 끝에 1개씩 위를 향하여 달린다. ​ 물레나물 꽃​ 궂은 장맛비에도 삼복의 뙤약볕 아래서도 물레나물 꽃은 핀다​ 제 안의 바람 가눌 길 없어 스스로 바람개비가 된 꽃​ 들길에서 물레나물 꽃 만나거든 오매불망 네게로 달려가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여름 살려

여름 살려 빤주만 입은 아이들 여름 사냥 중이다 여울목에 반두 척 걸어놓고 첨벙첨벙 물고기 후치면 수초며 풀섶에 자근자근 밟힌 여름을 새빨간 양동이에 주워 담고 호박꽃 속에 앵앵거리다 풀쩍 도망치는 여름을 잠자리채 들고 뒤쫓는다 아이고야, 여름 살려! - 손준호, 시 '여름 살려' 광경만 떠올려도 즐겁습니다. 행복합니다. 이런 기억으로, 아무런 근심 없던 추억으로 이 여름을 건너갑니다.

몇 초만 생각했다면

몇 초만 생각했다면 지혜는 듣는 데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 - 영국속담 말하는 순간 밀려오는 후회를 경험합니다. 단 몇 초만 생각했다면 걱정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가벼워지곤 하는 입입니다. 남의 말을 먼저 들어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말할 차례를 좀 더 기다리는 습관을 길러야겠습니다. 그렇다고 답답하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꼭 필요할 때 하는 말, 그것을 가리는 지혜도 내가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자주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약50cm 정도이고, 잎은 어긋나고 세갈래로 갈라지며 다소 분백색이다. 꽃은 6∼7월에 흰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원추꽃차례에 많은 수가 촘촘히 달린다. 뿌리가 산꿩의 다리를 닮아 자주꿩의다리라 부르며 한국특산종이다. ​ 자주꿩의다리 산기슭 바위 틈에 핀 자주꿩의다리 꽃을 보니 꽃들도 가뭄을 타는구나 한 생애 가장 눈부신 순간을 찬란하게 맞이하지 못하고 헤쓱한 낯빛 감추려고 애써 웃고 있다 어쩌랴! 이렇게라도 꽃 피웠으니 부끄러울 것 없다 이만하면 충분히 수고했다고 생수 한 병 부어주고 돌아서 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바다와 그늘을 그리워하고

바다와 그늘을 그리워하고 시간이 말처럼 뛰어가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손수레만큼 늦지도 않은 듯하다. 아침 기온이 점차 올라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고, 눈동자와 뇌수까지 삶기 시작하고, 심지어는 내장까지 태우고 이어 폐에 불을 지른다. - 아베 코보, 소설 '모래의 여자' 중에서 말처럼 뛰지도 않으면서 손수레처럼 늦지도 않으면서 온몸을 불길로 만들어놓는 더위. 시원한 바다와 그늘을 그리워하고 그곳을 찾아 다녀오고도 싶은 계절입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어 여전히 답답한 마스크 속에서 호흡을 조절합니다. 이 여름, 그래도 건강하게 건너가시길 바랍니다.

지혜로운 눈에 띈 금

지혜로운 눈에 띈 금 금은 진흙 속에 있어도 금이다. - 영국속담 사람을 알아보는 눈은 거저 얻어지지 않습니다. 진흙 속에 있는 금을 금으로 알아보는 눈. 드러내고 과장하고 포장한 이가 아닌, 실력을 감추어도 한눈에 인물임을 알아보는 눈은 지혜와 경험으로 길러지는 것입니다. 세상이 나를 몰라본다고 하지 마십시오. 언제든 밖으로 나갈 실력을 쌓는 건 나의 일. 지혜로운 눈에 띈 금은 언제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해오라기난초

해오라기난초 해오라기난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5~4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실 모양이다. 7~8월에 흰 꽃이 줄기 끝에 1~4개씩 붙어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로 10월에 익는다.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산과 들의 습지에서 자란다. ​ 해오라기난초 여기 새가 되어 날고 싶은 꽃이 있다 한 번 뿌리 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운명을 거역한 꽃이 있다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새가 되고 싶어 스스로 새의 형상으로 몸을 바꾼 해오라기난초 산다는 것은 곧 꿈을 꾸는 일이라고 내게 가만가만 속삭이고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우두커니

우두커니 나는 문을 닫고 어둠 속의 층계참에 잠시 서 있었다. 건물 안은 고요했고, 계단통의 저 깊숙한 밑바닥으로부터 으스스하고 축축한 바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귓전에 나 자신의 맥박이 웅웅대며 뛰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 중에서 나의 숨소리와 맥박만 느껴지는 시간. 그럴 때면, 으스스하고 축축한 바람이 목을 핥아 바짝 긴장을 하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더위에 지쳐 우두커니 있을 때면 목이 서늘해지는 긴장감도 필요하구나 싶습니다. 우두커니, 라는 말은 여유와 긴장을 모두 포함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