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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타오른 모닥불

다시 타오른 모닥불 싱그러운 미소 건네던 소녀야 철없는 시절은 그림자로 여울지고 지난날 고이 숨긴 연분홍 사연들이 선잠 깬 초록빛 웅성거림으로 물안개 젖어 드는 아련함이란 별이 노니는 호숫가 약속 돌이켜 소슬 밤 지새우며 연서 보내나니 꼬인 매듭 풀어보겠노라는 다짐은 동녘 피어오르는 간절한 향기라 살랑바람으로 다가온 여인이여 뒷동산 모닥불 지펴 어둠 밝혀보자꾸나. - 정채균님

무궁화

무궁화 무궁화 : 아욱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인도.중국 원산으로 한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며 200여 품종이 있다. 우리나라 국화로 꽃은 7~10월에 피며 1개씩 달리고 새벽에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가 오후에는 오므라들어 해질 무렵에는 꽃이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꽃에는 짧은 꽃자루가 있으며 꽃의 크기는 지름 6~10cm로서 보통 분홍색이나 다양한 색깔이 있다. 무궁화꽃 사랑이 마음에 피는 꽃이라면 내 사랑은 무궁화 꽃이었으면 좋겠네 짧은 봄날 화르르 피었다 지는 벚꽃도 아닌 처음의 순백의 꽃빛 저버리고 갈색으로 지는 백목련도 아닌 무궁화 꽃 같은 사랑이었으면 좋겠네 화려하게 피는 꽃일수록 질 때는 참혹하게 지는 법인데 석달 열흘 꽃을 달고 살면서도 무궁화는 날마다 새 꽃을 피우고 지는 꽃..

나는 여기 없는 사람

나는 여기 없는 사람 1인분에 건너편 2인분까지, ​3인분의 고민 그러나 1인분의 침묵입니다 물 위의 파문처럼 옮겨 다니는 관계입니다 밥은 함께 먹었는데 한 쌍의 소문을 속닥거리는 내통하는 귀들 호흡을 들이마실수록 비정형들이 태어나 ​누군가는 뒷말 속에서 무럭무럭 자랄 것이며 나는 안전하게 독백을 키울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슬픔 속에서 더 강해질 것이며, 무리에 들지 못하는 돌연변이입니다 눈빛들은 봄 내다보는 나 홀로 봄밖에서 지고 있습니다 소문과 흉 사이, 볼트와 너트가 되지 않는 겨울입니다 - 최연수, 시 '나는 여기 없는 사람' 셋이 모이면 하나가 조금 외로워지는 일이 있습니다. 둘은 남의 얘기를 속닥거리고, 혼자 남은 사람은 소외감이 들거나 뒷담화 주인공을 생각하며 독백을 키우기도 합니다. 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 인문학에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기본이 다 들어있다. 우리는 오래전에 쓰여진 고전을 읽으며 감동을 받는다. 지금의 삶은 그 시대와 매우 다르고 지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이야기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안에서 시대를 초월해 면면히 흐르는 역사와 삶의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어려운 인류의 화두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오늘 고전을 한권 읽어봐야겠습니다.

참회나무, 저 붉은 열매가

참회나무, 저 붉은 열매가 참회나무 : 노박덩굴과의 낙엽관목으로 꽃은 5월에 피는데 흰색에 연한 자줏빛이 돈다. 열매는 둥글고 검붉은 색으로 익는다. ​ 참회나무, 저 붉은 열매가 초가을 산에 들면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붉은 열매가 간간히 눈을 찔러 온다 봄날엔 꽃 핀 줄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참회나무 열매가 붉은 등을 켜고 나를 멈춰 세운다 가을 볕 아래 훈장처럼 반짝이는 저 붉은 열매들 스스로를 뽐내는 법 없이 또 누군가의 주린 배를 채워 줄 귀한 양식이 되어줄 거라 생각하니 허투루 살아온 지난 날이 부끄러운 나를 참회하게 한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니야 이 세상에 혼자 피는 꽃은 없어 나비가 왔다 갔거든 이 세상에 혼자 지는 꽃은 없어 바람이 다녀갔거든 - 이사람, 동시 '혼자가 아니야' 피는 일도 지는 일도 나 혼자만의 일인 것 같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혹은 누군가의 간섭으로 되는 것들이 있지요. 관계라는 것, 좋은 관계라는 것도 내가 만드는 것. 그리하여 함께 하기도 하고 때로 독자적으로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삼인성호(三人成虎) 삼인성호(三人成虎) : 사람이 셋이면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여러 사람이 하면 참인 것처럼 들린다는 비유. - 《한비자(韓非子) 〈내저설 상(內儲設上)〉》과 《전국책(戰國策) 〈위책(魏策)〉》 여러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참말로 믿게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자기 입맛에 맞게, 이익에 맞게 만들어 내는 유언비어를 파악하는 것, 그 자체가 때로 혼란이기도 합니다.

추억 같은 가을 날

추억 같은 가을 날 열어놓은 내 마음사이로 맑은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드나들며 따뜻한 가슴 두근거리게 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이제껏 누굴 못 만난 까닭입니다.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추억 같은 낙엽 지는 멋진 가을 길이 내 동그란 미련을 되살려 줘 마음은 불어갈 가을 바람이 됩니다. 바람을 맞이해 줄 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억 같은 가을 날 동그랗던 그리움과 동행하며 낯모르는 타인으로 있을 그대와 고운 인연을 맺기 위해 낙엽 길을 걸어 나서렵니다. 나그네를 납득해 줄 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용호 님

초가을 냄새

초가을 냄새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파란빛을 찾아 나서던 날, 길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이 서로 부둥켜안고 질긴 손 비비며 감싸고 있다 척박한 담벼락에서도 푸른 날의 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풋풋함으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그리운 날 뜨거운 가슴인 양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름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다디단 냄새 흠흠 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바람의 휘하(麾下)에서 풀꽃 향 도도하게 풍기는, 이토록 배부른 초가을의 냄새를 - 박종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