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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된 기분

몰입된 기분 노했을 때는 편지를 쓰지 말라. - 중국 속담 밤에 쓴 편지가 아침에 읽으면 부끄러워지듯 화가 났을 때 쓴 편지는 온통 분노의 마음이 들어서 다른 감정이 끼어들질 못합니다. 그리하여 받는 이는 그 감정을 고대로 받아들여 자칫 금이 가기 마련입니다. 몰입된 기분은 다른 감정을 조절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니 다른 일과 병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빨래의 풍경

빨래의 풍경 봄을 느낀다 하얀색 빨래의 나부낌이 상쾌한 냄새를 전달한다 바람이 부드러운 날 애틋한 사랑을 주머니에서 꺼내 가만가만 헹구어 너는 옷가지 구겨진 가난이거나 헤어진 옷에서 묻어나오는 어머니의 냄새가 추억처럼 달다 무게의 균형을 잡아주는 난간의 가는 줄이 옷감의 색깔을 식별하여 무지개색을 연출하는 즐거움 좁은 골목길 햇볕과 봄바람을 맞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자유가 오독오독 마를 때까지 기다려지는 인자한 사랑의 날개로 입혀지는가? 얼룩진 삶을 일으켜 세우는 빨래의 풍경이 곱다 - 박종영 님

튤립

튤립 튤립 : 백합과의 구근초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다. 관상용 귀화식물로 꽃은 4∼5월에 1개씩 위를 향하여 빨간색·노란색 등 여러 빛깔로 피고 길이 7cm 정도이며 넓은 종 모양이다. 튤립 꼿꼿한 꽃대 위에 커다란 꽃송이를 하나씩 자랑처럼 피워 단 튤립 꽃밭에서 화려한 꽃빛에 홀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가 갑자기 터지는 왁자한 웃음소리에 고개 들어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을 때 꽃밭의 김을 매다 잠시 나무 그늘에 쉬고 있던 공공근로 나온 아낙네들 봄 햇살보다 환한 웃음소리 꽃대를 흔들고 웃음소리에 놀란 아침 이슬 한 방울 꽃잎 위에서 미끄럼을 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옳은 목적으로 행하는 일

옳은 목적으로 행하는 일 우리가 세운 목적이 그른 것이라면 언제든지 실패할 것이요,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이다. - 안창호 아무리 결과가 좋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다분히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좋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옳은 목적으로 행하는 것은 진행이 늦더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 인간의 우환은 남의 선생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데 있다. - 맹자 나의 흠은 보지 못하고 남의 흠만 봅니다. 내 단점보다는 남의 단점이 더 커보입니다. 그래서 간섭하고 지적하려고 합니다. 진심이 담긴 충고보다는, 흠잡기에 앞장선 훈계는 피해야 합니다. 남보다 내가 더 낫다는 우월감이 깔린 관계에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입니다.

복사꽃

복사꽃 복사꽃 : 복사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으로 복숭아나무라고도 한다. 키는 6m 정도로 크고 꽃은 연한 홍색으로 4∼5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핵과로서 8∼9월에 익는다. ​ 복사꽃​ 바람이 말을 걸어도 나그네가 눈길만 주어도 너도나도 꽃폭죽 팡팡 터뜨리는 봄의 오후엔 만개한 복사꽃 그늘 아래 까무룩 잠들고 싶다 이승의 고단 한 짐 슬며시 내려놓고 도깨비도 홀린만큼 저 곱디고운 복사꽃 그 색(色)에 취해 잠들고 싶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검은 입

검은 입 한때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다른 것에 비하면 말이 그나마 공평하게 존재할 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쩌면 말이란 공평에서 거리가 가장 멀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말의 권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말에는 권력이 숨어 있으며 그런 이유로 지배와 복종의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고지숙, 수필 '검은 입' 중에서 말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나의 입장에서 내 식으로 받아들인 까닭일지도 모릅니다. 객관적 입장보다는 주관적 입장에 가까워질 때 말은 이미 공평함에서 멀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말 같은 말, 말 같지 않은 말, 말하고 싶지 않은 말, 차마 말 못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