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생각(인용글) 1986

위기의 틈새

위기의 틈새 전쟁 위기 전염병 위기 기후 위기 인류에게 닥칠 수많은 위기 위기의 틈새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 장승진, 시 '위기의 틈새' 인류에게만 닥칠 위기가 아니라 생명 있는 것들의 위기, 지구의 위기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늘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위기라고 하는 틈새에도 비집고 나오는 반가운 빛, 희망이라는 꽃입니다.

이슬비

이슬비 평소에는 그저 흔하고 존재감을 거의 느끼지 못 하는 공기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슬비도 그러하다. 이슬비는 거부감 없이 비를 즐기게 하고 부지불식간에 즐기는 이들을 속까지 행복감에 젖게 만든다. [사색의향기] 회원 간 관계를 이슬비 같다고 한다. 함께 하는 분들을 이슬비에 속까지 젖듯 서서히 그리고 저절로 변화하게끔 하는 것이다. - 중에서

골목, 잠깐

골목, 잠깐 “무단 투기 단속 촬영 중입니다 적발 시엔 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골목을 지날 때마다 들려오는 목소리,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음에도 그 앞을 지 나가는 것은 벌서는 기분이다 으슥한 곳의 키스는 짜릿하다 보이지 않는 곳의 오줌발은 개운하다 개의 영역처럼 골목은 냄새의 천국, 어김없이 무단으로 버려지는 손의 습성이 있다 단속이라는 말은 강제성이 있다 마이크 불며 쫓아다닌 호소의 말은 얕다 버리는 자 에게 ‘양심을 지키면 백만 원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금지보다 장려가 낫다 버리는 것과 거두는 것의 차이 잠깐, 해바라기가 보고 있다 - 김송포, 시 ‘골목, 잠깐’ 근처만 지나가도, 강아지가 냄새만 맡아도 들려오는 경계의 목소리. 무단 투기에 대한 엄포 같기도 하고, 죄..

천상 여자

천상 여자 텃밭에서 긴 생머리 추스르며 저녁상에 오를 상추 솎고 명절 상경길 피곤한 몸에도 운전대 잡은 나에게 말동무해 주고 박봉의 월급봉투 내밀어도 만 원짜리 숫자 세기보다 뭉친 어깨 주물러 주고 봉투에 풀칠해서 매운 마늘 껍질 까서 한 푼, 두 푼 모은 비상금 친구 만나 기죽지 말라며 건네는 손길 소주 몇 잔 걸치고 길거리 군고구마 봉투 보며 목이 매여왔습니다 미안해서, 바보 같아서 집 앞 골목으로 접어드니 십 년 전 사준 회색 스웨터를 입고 가로등 아래 서 있는 여인 한 올의 실바람도 함께 맞아줍니다 - 최인구 님

집단 귀촌

집단 귀촌 지금 농촌의 구성원은 거의 대부분이 노인 계층이다. 10년 정도 지나 이분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더 이상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게 되면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도시와 농촌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서로 간 상생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 또한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농촌의 공동화를 막는 동시에 활력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집단 귀촌을 통한 도농 상생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 중에서 세계의 중심은 이제 마을입니다. 마을이 나라를 구하고 나아가서는 세계를 구합니다.

철새

철새 다시 찾아온 두루미 가족이 동검도 갯벌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게 구멍을 들락거리는 칠게와 꿈틀거리는 갯지렁이와 함께 한 번씩 빨간댕기머리로 지는 해를 휘감으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바다의 감각을 온몸으로 저장하며 언 발자국마다 노을빛을 찍고 간다 - 한연순, 시 '철새' 살기 위해 찾아오거나 찾아가는 철새들. 그들의 생존전략을 보면 눈물겹기도 합니다. 순리에 따르면서, 질서를 따르면서 옮겨가거나 옮겨오는 방식. 이해타산에 따라 자리를 옮겨가는 사람들의 행동과는 다릅니다.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동식물의 섭리에 사람을 함부로 비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