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만큼 추웠던 때도 드물지요.
겨울나기가 힘들어서,
동물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뎠을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곤충의 겨울나기를 시청했습니다.
수많은 곤충들의 혹독한 겨우살이 중,
잠자리애벌레와 물방개의 겨울나기는 지혜로웠습니다.
얼음 아래는 물 위보다 따뜻해서, 미동도 않고 수면 아래서 겨울을 보낸답니다.
죽은 듯 잠자듯.
그러다 얼음이 녹으면 수면 위로 쑥 올라오는 것이지요.
수면 아래로 숨은 것들.
그것이 인간사로 돌아오면 단순하지가 않은 듯합니다.
잠복해 있다가 어느 날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은,
때로 폭로가 되어 갈등을 빚거나 후폭풍까지 몰아오기 때문입니다.
잠재적인 불씨들.
그것을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파헤치려 합니다.
나의 수면 아래 있는 것들.
그들은, 불안이라기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폭로와 발설이 아닌 기쁨이기를.
반가운 소식이기를.
- 최연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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